열린마당

[작은 이야기] 작은 도구 / 최정숙

최정숙(비비안나·광주 여성사도직 협의회장)
입력일 2011-07-25 수정일 2011-07-25 발행일 2001-02-18 제 2237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당신의 작은 도구로 쓰기 위해 부르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주 가톨릭신문에 보도된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어느 신부님의 기사를 읽으며 나의 주위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떠올렸다.

「암」.

물질 문명과 함께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도 암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가 보다.

레지오 활동을 하며 문병 다닐 때면 환자와 함께 아파 눈물을 흘렸고, 호스피스 교육을 통해 암말기 환자의 간병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친척 가운데 2명이나 암선고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을때,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을 애써 살았는데, 몸 속에 그런 병이 생겼을 줄이야…. 그리고 가족들의 슬픔은 오죽 하겠는가?

지금도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이런 병에는 안 걸릴 줄 알았어요』라며 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보며 묵주기도를 했다.

원래 절에 다녔던 한 친척은 어느날 「십자가 줄(묵주)」을 보내달라며 말했다. 그래서 성서와 기도서 묵주를 쥐어주고 이렇게 말했다.

『고통 모두를 주님께 봉헌하고, 삶 자체를 맡겨버리세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 질 꺼예요』

나는 주님께서 고통받는 그들을 이끌 당신의 작은 도구로 쓰기 위해 부르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주님, 무슨 일이나 하실 수 있는 당신이기에 고통받는 이들이 당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시고,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또한 간병하느라 수고하는 자녀들과 환자 배우자들께도 위로와 평안함을 얻게 하시고, 당신자녀로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모든 고통받는 이들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주님께 봉헌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두손을 모아본다.

최정숙(비비안나·광주 여성사도직 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