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38·끝. 우리는 선교사다!

입력일 2011-06-01 수정일 2011-06-01 발행일 2011-06-05 제 274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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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정든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다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의 명령으로 파견된 사도들은 자신의 삶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선택이었고, 당신이 아파하시는 곳에 보낼 사람을 부르시고 찾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북수단에 의해 강요된 이슬람을 거부하고 인고의 내전을 통해 독립을 일궈낸 이들, 저항의 총자루를 쥐고 자신은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딩카들에게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이들이 받은 내전의 상처와 가난과 굶주림과 빈곤의 상황에서 함께 살며 복음을 선포하고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며 살아갈 사제가 필요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라고 응답하며 선택받은 삶을 사는 것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예언자들의 잔을 함께 마시는 삶이었음을 수단에 와서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외선교의 최전선 그것도 아프리카 대륙 최악의 상황에서 고군분투 하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있으니 견디어 내고 이겨낼 수 있는 것임을 믿습니다. 사제에게 사제는 샘솟는 힘과 용기와 위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새 신부님들이 오셨다는 기쁨도 잠시…. 이승준(알렉산델) 신부님이 아강그리알에서 만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되자, 떠남을 말 못하는 신부님과 떠남을 언급 못하는 주민들 사이에 조용한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했습니다.

떠남이 일상인 유목민족이지만 그래도 자신들과 동고동락하며 ‘정’이 든 사제를 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떠나는 날 아침 사제관을 잔뜩 메울 정도로 찾아온 성모회와 청년들이 두런두런 나무 밑에 앉아서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짐을 싣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자 모두들 벌떡 일어나 신부님께 다가와 둘러싸고 감사와 헤어짐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일일이 한 명 한 명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신부님을 바라보던 청년들의 눈망울이 그렁그렁 하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히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기적이었습니다. 웬만한 상처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눈물을 부끄러움과 수치로 여기는 이들에게 감출 수 없는 마음과 사랑이 솟아오르고 있는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수단이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 쩔쩔맸던 첫 나날들, ‘판단’의 영역에서 곤경에 처했던 시간들, 자동차를 진창에서 빼내기 위해 숱하게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댔던 시간들,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던 순간들, 쓰러질 정도로 일했던 힘겨웠던 노동, 죽음에 직면했던 시간들, 먹을거리가 없어 곰팡이 피고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을 먹으며 서로 껄껄거리며 웃었던 시간들, 무엇이 최선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던 시간들…. 이젠 모두 지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 선택된 우리들이 수단에서 얻고 누린 은총이 이미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보석이 되고 별이 되어있음을 말이죠.

그리고 우리가 받을 보화는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있음을 말입니다.

사진 김민경 (수원교구 해외선교부 평신도 봉사자)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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