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이 세상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큼직한 사건들은 정치적으로 미묘함을 지니면서 무력과 국력, 사상의 대립을 심각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ㆍ대형폭발ㆍ테러ㆍ불치병ㆍ노쇠ㆍ기아 등의 무시무시한 현실이 우리 생명의 덧없음을 너무도 실감나게 하고 있는 요즈음 세상이다.
뜻하지 않은 죽음이 자주 주위를 맴돌 때면 바로 나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주위세상도 세상이려니와 교회가 11월을「위령의 날」로 정하고 우리 보다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하게 하는 시기여서 더욱 오늘 복음의 내용은 우리생각을「저 세상」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오늘 첫째 독서인 마카베오 하 권에서도 용감한 일곱 형제와 그 어머니의 순교 장면을 다루고 있어 한층 더 깊이「이 세상」과「저 세상」에 대해 생각케한다. 또한 교회전례주년의 말기에 와 있어 이제 남은 3주간 연말이 지나면 새로운 전례주년 A해가 시작되는 문턱까지 다다랐다. 시간 안에 살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세상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과거와 현재는 물론 나의 궁극적 미래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기이다.
오늘 루까복음의 대목은 예수님의 수난직전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 그룹 가운데 하나인 사두가이파 사람들과의 부활에 대한 토론 장면이다.
그들은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어놓은 문제는 꼬린토인들이 바오로에게 제기한 문제와 동일하다. 즉『여러분 가운데 어떤 사람은 죽은 자의 부활이 없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꼬린전 15ㆍ12)그런데 정말 부활이란 있는 것인가? 오늘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혼인생활을 들어 부활이 있다면「저 세상」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 논쟁을 걸어오고 있다. 이승과 저승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은 우리생활 가운데 심심치 않게 뇌리에 떠오르는 문제이며 부수적인 질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이다. 이 질문은 또한 이 세상 생활의 의미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 다음의 사실이나 상태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이 많지만 속 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과학과 실증적 삶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으로「믿음」을 요구하는 내용이니 만큼 예수님을 통한 신앙의 길이 아니고서는 풀길이 없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말씀을 통하여 하시는 예수님의 답은 과학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바로「믿음」에 근거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다. 즉 아브라함의 하느님은 살아있는 이들의 하느님이시요 생명을 주시는 그런 분이시다. 이것은 다만 죽은 육체가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살과 피는 하느님의 나라를 이어받을 수 없고 썩어 없어질 것은 불멸의 것을 이어받을 수 없습니다.』(I 꼬 15ㆍ20) 부활한 존재의 의미는 더 이상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완전한 생명을 씨앗처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성령을 시켜 죽을 몸까지도 살려주실 것입니다』(로마6ㆍ4, 8ㆍ11)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부활할 사람들이기에 하느님의 자녀들인 것이다.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있는 것이다』고 예수께서 답하신다.
오늘날「저승」을 믿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도피하여 영원한 생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이 세상의 좋은 것을 발전시키고 즐기는 것으로 부터의 도피로부터 저승에 대한 생각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고 유물론자들은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우리는「산사람들의 하느님」께서 진정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세상에서의 과업을 보다 깊게 수행하면서 세상에서 맞이할 죽음 저 너머에서 까지도 생명의 원천이신 그분 안에서 영원히 산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부활의 증인」들이다.
교리/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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