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78) 성 요한 보스코 (4)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입력일 2011-04-27 수정일 2011-04-27 발행일 2011-05-01 제 274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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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교회와 사회의 등불로 이끌다
하느님은 인간의 신체·정신·영(靈)의 조화를 돕고
성인은 실천의 삶 속에 기도·영성으로 청소년 돌봐
인간은 삼중구조로 되어 있다. 신체와 정신, 영(靈)이 그것이다. 인간은 이 삼중구조 속에서 자신을 형성시켜 나간다. 하느님도 우리를 이 삼중구조 안에서 인도하신다. 인간 역사도 마찬가지다. 고대의 인류는 신체적인 차원, 정신적인 차원이 강했다. 하지만 중세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영적인 차원이 강화된다. 그러나 이 영적인 차원이 남용이 되고, 세속 안에서 일부 잘못 적용되면서 근대에 오면서는 다시 정신적인 차원이 일깨워지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렇게 늘 영적이고, 정신적이고, 먹고사는 육체적인 차원이 조화롭게 통합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인간들을 일깨우시면서 인류 역사를 인도하신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조화가 사라지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학문적인 면만 해도 그렇다. 인간 정신과 지성을 이용한 학문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경험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물질주의, 유물론이 나오게 된다. 물질만능주의가 인간이 도달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까지 판단되는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한 산업화는 인간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아마 요즘 사람들에게 한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초가집에서 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저을 것이다. 기술문명의 발달은 인류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무기제조에 사용될 때는 수많은 무죄한 이들에게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을 통해 기술의 발달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지 잘 알고 있다.

종교적 차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근대는 중세의 종교가 쇄신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근대는 동시에 무신론도 함께 안고 왔다. 수많은 이들이 ‘신은 죽었다’고 외쳤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무신론 혹은 불가지론(신의 존재는 인간으로는 있다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에 빠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올바른 그리스도교 영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진정한 영성이 확립되어야 학문적 오류, 사회적 오류, 종교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분을 가톨릭교회에 보내주신 이유다. 하느님은 이분들이 신비적 차원에 가장 높은 경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이미 섭리를 해주셨다. 그런데 여기서 또 플러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실천이다.

나는 하느님께서 이 영성의 실천을 위해 요한 보스코를 보내주셨다고 믿는다. 하느님은 요한 보스코를 먼저 태어나게 하신 것이 아니라,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먼저 우리에게 보내셨고, 그 다음으로 요한 보스코를 보내셨다.

요한 보스코는 진정으로 행동하는 영성가였다. 서품받은 후 요한 보스코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고아와 노인, 죄수들을 위해 헌신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느님께서 항상 옆에서 도와 주셨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삶이 더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수도원의 창설이다. 요한 보스코는 54세에 남자 수도원을, 59세에 여자 수도원을 설립하고 미래를 위한 청소년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그의 활동 방법이 참으로 교회적이고 모범적이다. 진정한 기도와 영성 안에 먼저 머물고 그 힘으로 청소년 돌봄에 나선 것이다. 요한 보스코는 잘난 청소년, 못난 청소년을 가리지 않았다. A학생 B학생을 가리지 않았다. 잘생기고, 성실하고, 성격좋은 학생들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A, B, C, D, E, F 모든 학생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문제아들까지 함께 끌어안았다. 그에게 안긴 아이들은 모두 초월적 삶으로 변화됐다. 하느님은 이렇게 요한 보스코 사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교회와 사회를 위한 등불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섭리하셨다. 교회 내적인 차원에서 요한 보스코의 힘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으니까, 나중에는 레오 13세 교황(요한 보스코 보다 5살 연상)을 통해서도 사회복음화를 실천할 수 있는 교회의 기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셨다. 참으로 하느님 섭리의 신비스러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성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