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77) 성 요한 보스코 (3)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입력일 2011-04-20 수정일 2011-04-20 발행일 2011-04-24 제 274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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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삶 이끄는 참된 목자가 되어라”
모든 차원의 도약·변혁 이뤄지던 르네상스
두 친구의 권유 따라 박애사업 실천에 옮겨
6년 후. 신학교에 입학한 요한 보스코가 오랜 학업생활을 마치고 사제로 막 서품되었을 때였다. 어머니가 서품 받은 아들 신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인간적으로는 내 아들이지만, 이제부터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사제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오늘부터는 나를 염려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보고 계시는 만인의 영혼을 위해서 살아라. 만인이 초자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참된 목자가 되어라. 그런 일을 하면 너는 나를 위해서 늘 기도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내 곁에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동적인 말씀이다. 요한 보스코의 어머니는 참으로 영적이고 초자연적인 삶의 방식을 따랐던 분이셨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세속적 차원에서는 모든 것이 ‘내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내 집이고,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내 옷이다. 하지만 초자연적 의미에서는 내 집이 내 집이 아니고 내 옷이 내 옷이 아니다. 하느님의 집이고, 하느님의 옷이다.

어머니는 참으로 영적인 말씀을 이제 막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단순히 어머니의 말씀이 아니라 신적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통해서 전해주신 말씀이라고 믿는다. 더 확장시켜서 말하자면 이는 어머니의 말씀이 아니라, 어머니 중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말씀이다. 어머님의 말씀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요한 보스코의 앞길을 비춰주신 성모님의 말씀이었다.

이후 요한 보스코는 더욱 확고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하나둘 성취해 나간다. 그런데 이때 요한 보스코에게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난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볼 점은 인간은 ‘나 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하느님께서 끊임없이 보내주시는 천사를 우리가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친구는 요한 보스코에게 “자네가 박애사업을 위해 투신했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요한 보스코는 늘 깨어 있었다. 그래서 두 천사들의 말을 적극 실천으로 옮긴다. 여기서 친구들이 왜 박애사업에 대해 강조했는지 당시 시대상황을 짚어보고 넘어가자.

요한 보스코는 르네상스(Renais sance)의 마지막 시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당시 세계는 변화와 변혁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르네상스 사상가들은 중세를 인간의 창조성이 철저히 무시된 ‘암흑시대’라고 봄으로써 문명의 부흥과 사회의 개선은 고대 문화의 부흥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극단적으로는 근세의 시작은 중세로부터가 아닌 고대로부터라 주장하고, 중세를 지극히 정체된 암흑시대라고 혹평하였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르네상스의 싹을 고대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중세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중세는 하느님 중심의 신학이 세상 안에서 여러 방면에 걸쳐 좋은 역할을 많이 한 시기였다. 물론 약간의 교만한 모습도 있었기에 여러 문제점이 생겼지만, 당시는 사회 경제 문화적 차원에서 하느님 신앙의 꽃을 찬란히 피운 시기였다. 르네상스는 중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토대 위에서 서는 것이 아니라 중세라는 큰 거인의 등에 올라타 먼 곳을 내다보는 난쟁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위대한 인물들이 많이 탄생한다. 「신곡」을 쓴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 「데카메론」을 저술한 보카치오(Giovanni Boc caccio, 1313~1375),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1469~1527), 이상적 국가상을 그린 명저 「유토피아」를 쓴 영국의 성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7~1535) 등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또 과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 철학자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 예술가인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등이 있다.

르네상스는 이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사상 등 모든 차원에서 일대 도약과 변혁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시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신앙인이라면 조금 달라야 한다. 단순한 역사적 관점이 아니라 영적인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