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년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에게 듣는다 (19·끝) 광주로 떠나올 때의 감회, 그리고 요즘 생활

정리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1-04-13 수정일 2011-04-13 발행일 2011-04-17 제 274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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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다 잠들고 쓰러지고 다치기도…
1973년 3월, 한 대주교님이 돌아가신 후 광주대교구장이 공석이 됐어요. 곧 후임을 임명해야 했지요.

당시 한국 주교님 중 한 분이 대주교로 승격되면서 광주대교구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연배가 비슷한 지학순 주교님과 황민성 주교님, 나까지 이렇게 세 명의 주교가 그 후보였지요.

그리고 1973년 11월 7일, 나에게 광주대교구장의 임명 소식이 전해졌어요. 처음 수원교구장이 됐을 때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요.

이제 수원교구를 떠나야 할 적당한 때가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분이 새로운 모습으로 교구를 이끌어주기를 바랐지요. 내가 떠난 후 꽤 오랫동안 교구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가 1974년 10월 나의 동창 김남수 신부님이 교구장으로 임명됐지요. 김 주교님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떠나와 있어도 항상 든든했어요.

2000년 광주대교구장에서도 퇴임한 이후, 요즘 나의 생활은 평범하지만 행복하답니다. 많은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 아침나절에는 기도로 시간을 보냅니다. 매일 아침 성당에 앉아 기도를 올리지요. 지금까지 많은 기도를 해봤다지만 내게는 기도가 언제나 어렵게 느껴져요. 항상 초보자나 다름없지요.

나이가 드니 잠도 늘더군요. 한 번은 성당에 앉아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중심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어요. 옆 의자에 부딪혀서 팔꿈치도 다치고, 갈비뼈 2개가 부러지기도 했지요. 물론 지금은 건강합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해요. 이는 로마 유학 때부터 생긴 습관이지요. 그리고 오후에는 소성당에 들어가 또다시 기도(6시, 9시)를 합니다. 또 한 차례 걷기 운동을 하기도 하지요.

저녁을 먹은 후에는 운동하러 나가서 묵주기도도 하고 신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교수 신부님들과도 자주 만납니다. 책은 오래 읽지 못하지만 교황청 문헌들을 읽거나 가끔 강론을 하게 됐을 때 참고 서적들을 찾아보고는 하지요. 최근에는 수원교구 새 보좌주교님(이성효 주교)의 서품식에 다녀왔어요.

1973년 11월 광주대교구장 착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공희 대주교.

■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초대교구장으로서 사목경험을 회고해 주신 윤공희 대주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