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논단] 공소를 살리자/이양석

이양석(야고보·마산교구 곤양공소)
입력일 2000-07-30 수정일 2000-07-30 발행일 2000-07-30 제 221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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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지도자들의 대희년인 6월 에 가진 성지순례 초대교회의 모습과 순교자들의 얼을 되새기며 현재 공소생활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선교활동과 공소 활성화에 대한 사례 말씀도 나누는 뜻깊은 순례의 길이 되었다.

어느 교구든 거의 같겠지만 공소가 위치한 곳은 농, 어촌 지역의 본당이라 공소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정말 미미하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본당 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고 신자수가 많지 않으니 물적, 인적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고 또한 투자가치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그것이라 본다.

우리 교구는 약 10년 전에 비해 30여개의 공소가 줄었다. 물론 도시 집중화 현상이 큰 원인이 되겠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공소란 이름조차 없어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소를 살리기 위해 선 안동교구처럼 교구 직속의 농촌공소를 둔다든지, 전담 사제를 두어 몇개 공소를 묶는 사목을 한다든지, 또 광주교구의 경우처럼 사회사목국에 농민사목부, 선교사 목국에 공소부를 신설 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는데, 더 늦기전에 빨리 실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공소 신자들의 안일함과 오랜 관습이 그저 가족적인 분위기에다 수동적인 자세 때문에 어렵사리 시도되는 본당 등 여러 협조 단체 등에 밝게 보이질 않아 결국 투자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낳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본당 차원에서 교구 차원으로 바뀌어야 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

공소가 없어지고 본당만 거대해지는 현상이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어려운 문제가 생겨지게 마련이다. 교구 차원에서 자매결연 등 도시 본당의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연결해 나간다면 개신교가 시골에서 개척하는 것처럼 오히려 공소가 불어나리라 확신한다.

농촌살리기 운동이 범 국민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요즈음에 그 말을 실천하는 호기로 삼아 피폐해가는 공소를 살리기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도농간의 거리를 좁히고, 자주 찾고 고향의 포근함을 느끼는 공소가 유지되길 소망한다.

이양석(야고보·마산교구 곤양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