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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희 교수의 생명칼럼] 7.대운하를 어찌할 것인가!

입력일 2008-03-02 수정일 200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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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낭비?환경 파괴 등 불이익 우려

한반도대운하 정책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선거 공약으로 내건 이슈를 새 정부가 기어코 저지를 태세다. 그야말로 건국 이후 최대 국책사업이니 자연스레 걱정이 태산처럼 무거워짐을 느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침잠하면서 문제를 가만히 천착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먼저 추진하는 쪽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서유럽에서 그렇게 해온 것처럼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총 구간 3100㎞를 운하 17개로 건설하여 거미줄처럼 한반도대운하로 연결하는 정책을 펼치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도 달성할 것이다. 마침 한강과 낙동강 550㎞를 조성하는 경부운하의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해보았더니 기준치 1을 넘는 2.3이란 높은 수치가 나왔다. 소요 재원의 절반은 강에서 채취한 모래를 팔아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간 사업주체를 끌어들여 맡기면 된다. 청계천 복원에서 보듯이 환경문제도 그리 걱정할 것이 못 된다. 따라서 비용 16조로 예상되는 경부운하를 필두로 남한의 주요 운하부터 임기 내인 4년 안에 해치워서 국운융성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장대한 꿈의 정책을 별 문제 없이 실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부운하로 국한해서 살펴보자.

첫째, 물류가 별로 늘지 않으며, 늘어도 오랜 시간 운하로 실어 보낼 짐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보화 강국인 것처럼 소형의 첨단 제품 위주이기 때문에 기존의 철도나 육로 또는 항로를 다소 확장하는 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둘째, 양심적 경제학자에 따르면 비용-편익 분석이 1은 고사하고 0.2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예컨대 10조원을 투입하면 23조의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고작 2조원을 건지게 되어 무려 8조원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셋째, 손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지 콘크리트 하안 블록과 대형 보, 20여 전후의 갑문 시설, 산 밑 운하 터널, 화물터미널 시설을 곳곳에 지어놓으면서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넷째, 참여하는 민간업자는 운하 운항 수입으로는 많은 손해를 보더라도, 운하 인근 지역의 개발권을 확보하여 서너배 남는 장사를 하자는 얄팍한 술수가 담겨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추진 쪽의 그럴듯한 궤변과 이에 대한 비판이 달아오르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럴 때 지난 과오를 반추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첫째,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성 평가 자체가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점이다. 건교부가 2002년에 경인운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의뢰하였는데, 수치가 1 이하로 나오자 수정 지시를 거푸 내린 끝에 입맛에 맞는 최종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다. 시민단체의 민원이 접수되자 감사원 조사가 이어졌고, 결국 엉터리 보고서 작성으로 엄청난 세금 낭비를 지적받은 것이 엊그제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형 개발치고 환경문제로 확산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시화호를 건설할 당시에 잔잔한 호수에 호화 유람선을 띄워서 관광단지화하고 담수 물은 농업 및 공업용수로 쓰겠다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질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자 할 수없이 막은 갑문을 개방하여 해수를 유통시킴으로써 점차 수질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

셋째, 섣부른 지역개발 관련 정책은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휘몰아가 경제에 주름살을 끼게 만든 바 있다.

이렇게 기존의 잘못된 국책사업 사례와 대비해보면, 대운하 정책의 경우에도 경제적으로 타당한 보고서가 꾸며지지만 정작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지경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자연의 이치에 힘입어 되돌리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대규모라서 감당하기도 어려우며, 자칫 국민 다수를 또 다시 부동산 한탕주의에 빠지게 함으로써 정신적 및 물질적 해악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새 정부가 현명하다면, 평상심으로 되돌아와서 국론분열을 미연에 예방하는 지혜를 가질 것이다. 정말로 그런 혜안을 지닌 정부이기를 희망한다.

한면희(프란치스코·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