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51.요한 묵시록 (7)

입력일 2008-01-13 수정일 200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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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사람은 박해, 우상 이긴 이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이제 일곱 봉인도 모두 떼어졌고, 일곱 개의 나팔도 모두 불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의 노력, 교회의 노력이다.

일곱 번째 나팔에 대한 환시 후 요한에게는 또 다시 두 가지 표징이 나타난다. 하나는 ‘여인’(성모 마리아)이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 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묵시 12, 1).

또 다른 표징은 ‘용’이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묵시 12, 4).

심형래 감독의 영화 ‘D-War’(용들의 전쟁)에 나오는 그런 용을 생각하면 묵상이 쉬울 듯하다. 그런 무시무시한 용이 해산을 앞둔 가녀린 여인 앞에 서 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집어 삼킬 듯 살벌한 분위기다.

하지만 하느님의 권능은 이를 뛰어넘는다. 여인은 무사히 민족들을 다스릴 아들을 낳았으며, 그 아들은 하느님 어좌로 올려지고, 여인은 하느님의 보호를 받는다(묵시 12, 5~6 참조).

이어 천사와 악마의 전쟁이 벌어진다. 누가 이길까. 당연히 천사가 이긴다.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묵시 12, 7~8).

용은 화가 날 대로 났다. 여인의 아기를 죽이지도 못했고, 천사들과의 전쟁에서도 패했다. 결국 용은 싸움의 상대를 바꾼다. “이번에는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만만한 그 상대는 바로 ‘교회와 그 백성들’이다.

“용은 여인 때문에 분개하여, 여인의 나머지 후손들, 곧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과 싸우려고 그곳을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용은 바닷가 모래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묵시 12, 17~18).

용은 이제 우리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용은 이번에는 자신의 힘으로 인간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는다. 용은 자신의 힘을 받은 사악한 두 마리의 짐승을 부린다.

첫 번째 짐승은 하느님을 모독한다. “용이 그 짐승에게 권한을 주었으므로 사람들은 용에게 경배하였습니다. 또 짐승에게도 경배하며, ‘누가 이 짐승과 같으랴? 누가 이 짐승과 싸울 수 있으랴?’하고 말하였습니다. 그 짐승에게는 또 큰소리를 치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입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짐승은 입을 열어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 그분의 이름과 그분의 거처와 하늘에 거처하는 이들을 모독하였습니다”(묵시 13, 4~6).

또 둘째 짐승에게는 첫째 짐승의 상(像)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리하여 그 짐승의 상이 말을 하기도 하고, 자기에게 경배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죽임을 당하게 할 수도 있었다(묵시 13, 15 참조).

몇몇 성서 학자들은 첫째 짐승은 하느님 백성을 박해한 로마제국을 상징하고, 둘째 짐승은 로마를 우상화 하면서 모든 이들이 로마에 굴복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거짓 예언자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요한은 이 환시를 통해 교회가 받게 될 박해와 우상 숭배의 유혹에 굴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두 짐승이 아주 심한 횡포를 부리지만, 꿋꿋하게 신앙을 지켜온 교회는 더 크고 확실한 위로와 확신을 받게 된다. 교회의 사람들은 박해와 우상숭배 유혹을 이겨낸 하느님의 충실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제 하느님께 선택되어서 찬미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여기에 하느님의 계명과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성도들의 인내가 필요한 까닭이 있습니다. 나는 또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하고 하늘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묵시 14, 12~13).

알렐루야. 이제 수확의 시기가 온다. “천사가 성전에서 나와,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그러자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땅 위로 낫을 휘두르시어 땅의 곡식을 수확하셨습니다“(묵시 14, 15~16).

〈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