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39】회개와 자선/이름 모를 교부의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서

배승록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대전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06-01-08 수정일 200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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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잘 받을 수 있는 삶의 형태로, 은총의 지위로 바꾸는 것이다. 그림은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회개를 외치는 세례자 요한’.
“본래 위치로 다시 돌아가는 것”

[본문]

우리가 아직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회개합시다. 우리는 장인(匠人)의 손에 쥐어진 진흙입니다. 도공(陶工)이 만들려는 그릇이 기형이거나 그의 손에서 부서진다면 그는 그것을 새로 만듭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가마 속에 넣었다면 그는 더 이상 그것에 손댈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있으면서 회개의 시간을 갖는 동안 주님에 의해 구원되기 위하여 육체 안에서 지은 잘못들로부터 온 마음으로 회개합시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더 이상 우리의 잘못을 고백할 수 없고 회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이여, 우리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고 우리의 육체를 순수하게 보존하며 주님의 계명들을 지킨다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이 복음서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하찮은 것도 지키지 못하였는데 누가 너희에게 큰 것을 맡기겠는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할 것이다.”(루카 16, 10∼12 참조) 따라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순결한 육체와 봉인을 흠없이 지키십시오.(8, 1∼6)

자선은 죄에서 회개하는 것처럼 훌륭한 것입니다. 단식이 기도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면, 자선은 이것들(단식과 기도) 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죄를 덮어주고, 선한 양심에서 오는 기도는 죽음에서 우리를 해방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자선은 죄를 가볍게 하기 때문입니다.(16, 4)

[해설]

‘로마의 클레멘스의 둘째 편지’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서간(書

簡)도 아니고 로마의 주교 클레멘스(+101년)의 친서(親書)도 아니며, 150년경에 저술된 것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저자의 설교 작품이다. 고대 교회 안에서 이 설교 작품이 코린토 교회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고, 로마의 클레멘스의 유일한 서간인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와 함께 보존되어 발견되면서 클레멘스의 위명(僞名) 작품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제2 코린토 서간)가 되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회개’에 대한 초기 그리스도교 교리의 발전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 설교 작품은 세례 이후에 잘못을 범한 죄인들을 위한 회개인 두 번째 회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서 저자는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인 자선의 필요성과 함께 죄인들을 위한 고백과 회개의 필요성과 유효성을 설교하고 있다. 특히 자선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죄인들이 용서받기 위해서는 자선이 중요한 방법임을 밝히고 있다. 죄에서 회개하는 것으로서 자선은 훌륭한 것이며, 단식이 기도보다 가치가 있다면 자선은 단식과 기도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자선은 단식과 기도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무엇인가?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고 있는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으러 오셨다(루카 19, 10). 예수께서는 언제나 어디서든지 마음을 바꾸어 ‘회개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구원을 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 회개(悔改)란 무엇인가? 우리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닫혀있던 마음을 하느님께 열어드리는 것이고, 주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회개는 과거의 어둠의 길로만 걸어가려는 우리의 발걸음을, 미래의 밝은 빛의 길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형태를 180도 바꾸는 것이다. 회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잘 받을 수 있는 삶의 형태로, 은총의 지위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회개는 미래의 삶을 위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위치, 어머니는 어머니로서의 위치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본래의 그 자리 그 위치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는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을 말한다. 회개는 넘어졌다가 스스로 일어나는 일이고, 아픈 상처 위에 소독약을 바르는 일이다. 회개는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 등불을 켜들고 출구를 찾아 나서는 일이고, 하느님께로 더욱더 가까이 다가서는 일이다. 작은 산호초라도 군함을 침몰케 할 수 있고, 작은 도끼라도 큰 나무를 넘어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작은 물방울도 바위를 뚫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잔잔한 우리의 실수들과 무관심에서부터 회개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과거 지향적인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에만 빠져 살고 있는 사람으로, 과거의 실수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후회하고 슬퍼하며 사는 사람이다. 옛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만을 생각하고, 과거에만 머물고 안주하며, 아직도 잠자고 있는 사람이다. 반면에, ‘미래 지향적인 사람’은 지난 일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며 새롭게 앞길을 계획하여 나아가는 사람이다. 과거의 잘못은 지나간 것으로, 과거의 슬픔이나 과거의 만족에서 벗어나, 자기실현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늘 겸손하게 인생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이다. 땀 흘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열심히 주어진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미래를 향해 깨어있는 사람으로 그의 삶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은총의 삶이다.

배승록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대전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