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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탐방] 무료자선병원 안산 빈센트의원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4-12-12 수정일 2004-12-12 발행일 2004-12-12 제 242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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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모든 이를 주님으로 섬깁니다” 
의료보험·보호증 없는 극빈자만 진료 
진료뿐 아니라 생필품 옷 등도 나눠줘 
자선주일은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웃을 돕고 나눔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교회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료병원 운영이다. 자선주일을 맞아 올 7월 개원한 무료자선병원 경기도 안산 빈센트의원을 찾았다.

「의료보험증이나 보호증이 있는 환자는 진료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사동. 병원 정문에 적힌 안내 글은 「병원이 왜?」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맞는 말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영세 극빈자, 노숙자, 행려자, 주민등록 말소자,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 등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만 병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은 이 스테파니아 원장 수녀를 비롯한 수도자와 박우근(요셉) 진료원장, 주방봉사자 등 상근직원 6명,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일을 돕는 80여명의 의료·일반 봉사자들이 꾸려가고 있다. 내과, 소아과, 신경정신과, 정형외과 등 14개 과목을 평일에는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토요일과 주일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진료한다. 주말진료는 하루 벌어 먹고사는 극빈층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배려다.

빈센트의원 원장 이 스테파니아 수녀(맨 앞 가운데)와 박우근 진료원장을 비롯한 상근직원과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산 공단이 가까워 병원을 주로 찾는 이들은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특히 단속에 걸릴까봐 병원문턱을 밟지 못했던 불법체류자들에게 빈센트의원은 구세주다. 병원에서는 이들에게 저녁식사는 물론 생필품과 옷가지 등도 나누어준다.

무료로 정성껏 치료해 주는 데다 밥과 옷가지까지 나눠주니 병원을 찾는 이들은 처음에는 의아해 했다고 한다. 개원 초기에는 혹시 돈을 내라고 할까 무서워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도망치듯 뛰어가는 이들이 많았다고 스테파니아 원장 수녀는 전한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베푸는 친절과 자선은 감사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완쾌된 한 러시아 노동자는 요즘도 저녁때면 러시아 전통 빵을 직접 구워 병원에 가져온다.

급성간염으로 위독했던 방글라데시 외국인노동자 삼형제는 수녀들에게 이제 『엄마』, 『누나』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들이 얼마 전 병원식구들을 초대해 삼겹살을 대접했다. 비록 자신들은 먹지 못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삼겹살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손수 준비한 것이다.

이 스테파니아 원장 수녀는 『빈센트의원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들이 제각각의 모양을 조합해 만들어낸 하나의 모자이크작품』이라며 『가난한 사람을 주님으로 알고 섬기라는 빈센트 성인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원은 성 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 유지재단의 지원금과 후원회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후원회원의 수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또 경제불황이 겹치며 환자는 늘고 있지만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센트 의원은 의료 봉사 활동과 후원회 가입에 많은 신자들이 동참해줄 것을 청하고 있다.

※후원문의=(031)407-9780, 9784 안산 빈센트의원

박우근 원장이 외국인노동자를 진료하는 모습.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