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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특집 - 나눔은 곧 삶이어야 합니다] 나눔 생활화한 은희천.지은정 교수 부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3-12-14 수정일 2003-12-14 발행일 2003-12-14 제 237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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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내놓으면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답니다”
남편은 음악봉사 부인은 피정지도 ‘부창부수’
‘사마리아회’ 만들어 어려운 이웃위해 후원도
은희천.지은정 교수 부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은 물론 자선음악회를 마련하고 교회관련 서적 번역과 영어성서지도, 피정지도 등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미국 유학기간의 막바지, 지은정(아녜스·전북대 치대) 교수에게는 동전 몇 개가 그 무엇보다 귀하던 때였다. 당시 한 지인이 아프리카 선교활동에 나선다는 소식에 고민 끝에 전 재산인 25달러를 봉헌했다. 봉투를 내려놓은 그 순간부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돈에 대한 미련은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출국하는 순간 여행사로부터 비행기표값이 내렸다며 예상치 못했던 25달러를 건네받았다.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마음만 내놓으면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깨달은 나눔의 신비는 수십년째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편인 은희천(아우구스티노·전주대 음대) 교수가 이어주는 나눔의 고리는 더욱 단단하다.

지난 1990년 지교수는 제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마리아회」를 만들었다. 이 회에서는 매달 5000원씩을 모아 5~10만원씩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 쉼터, 빈민촌공부방, 나환우촌, 탄광촌의 진폐증환자에게까지 다양하다. 6년 전부터는 의대 교수들과 뜻을 모아 사마리아 장학회도 운영하고 있다.

지교수는 『아무리 물을 퍼내도 높이가 유지되는 옹달샘처럼 적은 돈이지만 후원에 동참하는 사람은 수십년 동안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며 『빵 다섯개와 같은 작은 마음만 내놓는다면 줄지 않고 채워지는 오병이어의 기적은 하느님께서 이뤄주신다』고 강조한다.

은희천 교수는 80년대 초 벽안의 지정환 신부가 중증 장애인들을 돌보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보내주기 위해 성금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주변 교수들과 함께 매달 1만원씩을 모아 정기적으로 복지시설을 후원한다. 회원끼리는 회식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순수하게 후원에만 힘을 모은다. 게다가 부부는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도 나눔생활에 동참하게 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었다.

특히 은교수와 지교수 모두 각자의 달란트를 봉사활동에 적극 내놓고 있다. 지교수는 교회관련 서적 번역에서부터 영어성서지도와 피정지도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은교수는 자신이 가진 음악적 달란트를 적극 활용해 자선 음악회를 꾸준히 마련해오고 있다.

평소에도 두 부부는 나누는 삶에 있어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지씨가 통장 잔고 200만원을 보이며 수도원을 짓는데 100만원만 봉헌하자고 조심스레 말하면 은씨는 200만원을 다 보내라는 식이다. 생활도 일반 교수답지 않게 검소하게 유지하며 아낀 돈은 각종 후원금에 보탠다. 최근에는 은교수가 사비를 털어 전주 시청과 음식점 등에 껌 자동판매기를 30대 설치했다. 수익금으로 노인복지관을 돕기 위해서다.

가진진 것을 나누면서는 한번도 따지거나 계산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하느님께 받은 것이 너무 많아 돌려드리기에도 바쁘다고 말한다. 본당에서는 빈첸시오회 활동에만 주력하고 일반인들의 손길이 적게 닿는 곳을 찾아다닌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것처럼 부부끼리도 서로가 누굴 도와줬는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주님께서는 지금 어떻게 하실까?」 반문해봅니다. 결국 웃으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죠』

통장에 늘어가는 숫자보다는 하늘에 쌓는 보화에 마음을 다하는 은희천.지은정 교수 부부. 이처럼 나눔을 생활화한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들 삶의 좌우명이 되돌아온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디아 2, 20)』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