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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대축일 의미와 신앙인의 자세

김재영 기자
입력일 2003-06-08 수정일 2003-06-08 발행일 2003-06-08 제 235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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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참 열매 이웃과 나눠야”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의 살아있는 원리
부활시기의 마지막 날이자 오순절(五旬節)인 오늘, 교회는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낸다. 이 날은 두려움에 떨며 다락방에 숨어있던 사도들이 성령을 받아 주님의 증거자로 힘차게 복음을 선포했던 성령강림 사건을 기념하며 또한 교회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대축일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성령강림의 의미와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성령강림대축일 유래

성령강림대축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축제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성령이 강림한 오순절은 본래 밀을 추수하여 그 첫 결실을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제를 지내는 축제로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은 계약(출애 19장 참조)을 기념하던 축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축제를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과월절 축제를 지낸 후 50일이 지난 다음 거행했으며 50일 후에 거행되는 축제라는 의미에서 오순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성서는 바로 이 오순절 축제 때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려왔음을 전하고 있다(사도 2, 1~4). 그래서 사도시대 이후 교회는 예수부활을 뜻하는 과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 성령강림 사건을 기념하는 장엄한 예식을 거행했고, 이것이 오늘날 성령강림대축일이 되었다.

성령강림의 역사와 의미

성령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것은 비단 신약의 어느 한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찌기 하느님의 영으로서 창조사업부터 함께 하셨으며(창세 1, 2) 구약의 성조들은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았고, 예언자들 또한 그 영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했다. 또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인류를 구원하셨고, 인류 구원을 위한 당신의 사명이 이어지도록 교회를 세우셨으며, 그 교회에 위로자이시며 협조자이신 「성령」을 약속하셨다. 즉 구세사 속에 성령은 항상 움직이시며 활동하고 계셨던 것이다.

예수의 부활 이후에도 두려움과 의심때문에 다락방에 숨어지내던 사도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가득히 받고서 기쁘고 담대하게 이방인들과 유다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고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도들의 증언(사도 2, 14~36)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 세례를 받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는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들의 모임이야 말로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성령강림일을 교회의 창립일로 기념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러한 성령의 빛 안에서 구원의 도구이자 표지로서의 사명에 충실하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활기찬 생명력을 간직하고 복음의 진리를 새롭게 선포해야 한다.

신앙인의 자세

성령강림은 단순히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한 사건으로 마무리 지어서는 안된다. 바로 성령은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을 지금 여기 우리 안에서 구체화시키고 실현시키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성령께서는 실제로 그리스도께서 인류에게 전해주신 유일한 계시를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교회 안에 현존하게 하시며, 그 계시를 각 개인의 영혼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제삼천년기 44항)고 말씀하셨다. 즉 성령은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의 살아있는 원리인 것이다.

세례와 견진을 통해 성령의 열매(갈라 5, 22~23)를 가득받은 우리는 자신 안에서 말씀하시고 활동하시는 성령에 얼마나 귀 기울이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는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또한 내 안에 살아계신 성령께서 활동하실 수 있도록 얼마만큼 자리를 내어드렸는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이 욕심과 교만, 불신으로 가득차 있다면 그것은 내 스스로 영의 활동을 막는것이다. 성령강림대축일을 맞는 오늘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열고 주님이신 성령께서 주신 참 열매를 이웃과 나누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