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은 환하다
Pakistan, 2011.
아침 해와 함께 산을 오르고
지는 해를 따라 귀가하는 노인.
배를 채운 양 떼들의 방울소리와
땔감을 채운 발걸음 소리에
고단한 충만감으로 귀갓길은 환하다.
“어릴 때부터 양과 야크를 몰고 산을 올랐죠.
산을 오르면서 나도 함께 자랐지요.
강물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자라나고 양 떼는 불어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흰머리가 늘었지요.”
산의 품에 안겨서 산이 주는 선물을 먹고
산빛을 따라 물들어가고 산을 닮아버린 사람.
그는 이미 산이 자신 안에 있다는 걸 안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