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앙선조 읽던 교리서 번역…'천학(天學)' 연구 지평 열다

이승훈
입력일 2024-03-29 수정일 2024-04-01 발행일 2024-04-07 제 3387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교연기」 번역한 최경식 박사
명·청나라 선교사 샬 신부 저술…원문대역 싣고 주석도 달아
Second alt text

“「주교연기(主敎緣起)」는 ‘주님 가르침(主敎)’을 동서양의 철학과 당대 최신의 과학, 천문학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우리 선조들도 읽던 책입니다.”

「주교연기」(아담 샬 지음/최경식 번역/2만5000원/아시아의빛)를 번역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하 동복원) 중국문화연구팀장 최경식(스테파노·75) 박사는 “「주교연기」가 특별히 천학(天學)을 연구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학은 ‘천주교’를 학문으로서 이르던 말로, 동아시아 문화권 안에서 선교사들이 저술한 저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학문을 천학이라 일컫는다.

「주교연기」는 명·청시대에 중국에서 크게 활약한 독일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 신부가 저술한 교리서다. 이제껏 우리말로 소개된 책이 없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우리 선조들에게 큰 영향을 준 서적이다.

“번역하면서 우리 신앙 선조들의 서적들과 비교해 보니 「주교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복자의 「주교요지」는 「주교연기」의 요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최 박사는 그동안 동복원에서 여러 중국 천학서를 번역하고, 우리 신앙 선조들의 책들도 살펴왔다. 그러다 보니 「주교연기」에서 언급한 내용이나 표현을 우리 신앙 선조들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주교요지」는 특히 「주교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정하상(바오로) 성인의 「상재상서」에서도 「주교연기」와 일치하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었다.

최 박사는 “「주교요지」와 「상재상서」의 많은 내용이 「주교연기」을 인용하면서 중국의 예를 조선의 예로 변경하고 있다”면서 “다른 책들도 연구하면 「주교연기」의 영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Second alt text최 박사는 연구에 용이하도록 「주교연기」를 원문대역으로 편집하고,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이를 위해 「주교연기」 영인본에서 흐릿한 글자까지도 모두 분석해 의미 단위로 문장을 나누고 활자화했다. 영인본 이미지는 부록으로 수록했다.

중국에서 학위를 받은 최 박사지만, 고전이나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아 번역 중 어려움도 있었다. 중국 지식층을 대상으로 저술된 「주교연기」는 중국 고전이나 경전을 풍부하게 인용해 그 숨은 뜻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베이징대학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근덕(헨리코) 신부를 찾아 꼼꼼하게 감수를 받았다. 그렇게 5권에 달하는 「주교연기」를 2년에 걸쳐 번역해낼 수 있었다.

최 박사는 “봉사자로서 조금이라도 교회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번역했다”며 “이 책을 통해 여러 연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입문의 : 031-333-1779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