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꽃같은 어린 생명을 포함해 304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망ㆍ실종된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없다. 유가족과 종교시민사회 단체들은 10주기를 100일 앞둔 지난 1월 10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억 다짐’ 기자회견을 열고 그날의 기억을 아픈 마음으로 기억해줄 것을 호소했다.
10년이나 지났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에게 그날의 황망한 기억은 평생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정말 아프지만, ‘기억하자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단지 회고와 회한으로 머물지 않고 진상 규명과 책임,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연대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사회적 참사는 잊혀지지 않고 기억돼야 한다. 바르게 기억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또 다시 참사를 만났다. 2022년 이태원에서 벌어진 10·29 참사는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또 하나의 어처구니 없는 사회적 참사였다. 누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참사들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무의미하고 공동선에 해롭다. 비극적 사건들을 빌미로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원리와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 고통에 공감함과 동시에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며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사들을 대하는 우리 자세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분명하게 가르쳤다. 2014년 방한 당시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단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과거의 일이니 그만 잊으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똑같이 우리는 아프게 기억하기를 다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