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행운동본당(주임 김영식 루카 신부)이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본당 차원에서 매주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봉헌하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본당이 수요일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처음 봉헌한 것은 지난 6월 7일이다. 이날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며 미사를 드린 데 이어 6월 14일에는 서울대교구가 시복을 추진하는 한국천주교회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그 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제공하는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약전 순서에 따라 6월 21일 이벽 요한 세례자부터 시작해 8월 23일에는 10번째로 ‘송 마리아’를 위한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봉헌했다.
행운동본당이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를 위한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매주 봉헌하게 된 것은 오랜 성찰과 준비의 결과다. 2022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서울대교구가 추진하게 됐고, 가경자 최양업 신부 기적 심사 청원인 임명, 교구별 성인 유해 안치 현황 공유 논의가 있었다. 이어 올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가경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 안내 리플릿을 최종 선정하고 전국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행운동본당은 이러한 한국교회와 교구 움직임에 적극 호응해 먼저 본당 내에 보존돼 있던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를 대성전 제대 옆 벽으로 옮겨 성인 유해에 대한 신자들의 합당한 공경을 당부했다. 또한 본당 주보에 가경자 최양업 신부 시복 과정, 기적 심사 절차와 필요성을 안내하는 글을 실었다. 아울러 2017년 10월 설립된 본당 순교자현양회(회장 안정숙 율리아나)가 그동안 활동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순교자현양회를 시복시성 기원미사 실무 부서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본당 ‘홍보 및 역사분과’ 박소현(체칠리아) 위원이 매주 선정된 하느님의 종을 표현하는 성화, 교회사 자료, 사진 등을 찾아 전례분과에 전달하고 미사 중 PPT 화면에 올려 순교자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순교자현양회 안정숙 회장은 순교자 약전을 여러 차례 읽고 숙지한 뒤 미사 중 낭독한다. 매주 미사 준비 과정이 은총이다.
본당 주임 김영식 신부는 “순교자 시복시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자들의 관심과 열정이고, 행운동본당은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시복시성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며 “행운동본당이 바다에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같은 노력을 함으로써 다른 본당에도 시복시성 열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당 사목회 장옥선(마르가리타) 회장은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모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려면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본당 사목자가 바뀌어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