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겨자씨] 괘씸한 일

입력일 2023-04-27 17:54:44 수정일 2023-04-27 17:54:44 발행일 1966-12-11 제 54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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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하는 소리가 『사장님! 사람 좀 살려주십시오. 국립요양원에서 3년을 지내고 어제 금방 세상에 나왔는데 도무지 해볼 길이 없군요. 좀 넓으신 아량으로 위대하신 사장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야겠읍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노동력이 있다고 생각되었고 또 과거에 허다히 속은 경험이 있는터라 냉정히 거절했다.

끝내 그들은 방안에서 나갈줄을 모른다. 하는 수 없다 도리어 그가 옆방으로 자리를 피했다.

얼마후에 그들은 중얼 중얼 불평을 털어놓으면서 문을 열고 나온다. 『…아따 그 새파란 녀석이 고집도 센데! 보통이 아니야…』 이제는 욕설을 퍼붓는다. 괘씸한 일이다.

한 주일 후에 같은 얼굴들이 또 나타났다. 같은 모양으로 애걸한다. 이제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그는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었던지 그들은 최후 방법을 쓴다. 손가락을 깨물더니 혈서를 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담담했고 속에는 괘씸한 생각만이 솟구쳐오를 뿐이다. 혈서를 썼지만 그들은 끝까지 허탕하고 말았다. 앞에서는 좋게 얘기하고 돌아서서는 욕하는 그들이 그에게는 괘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느님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자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인자하신 주여…』 그리고는 돌아서서 하는 행동이 가관이다.

하느님을 모욕하는 언사와 행동을 예사로 한다. 전연 주님도 없는 것처럼 산다. 그리고는 기도의 장소에 가서는 「인자하신 주님」을 찾아 필요한 은혜를 기원한다.

그 기도는 무가치하다. 효력을 가져올 수 없다.

그는 기도의 주인공인 주님 앞에 「괘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우리는 먼저 스스로의 생활을 가다듬고 기도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