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도하며 안전사회 만드는 데 힘 보태야 희생자·유가족 슬픔 함께하며 “사회 구조 변화” 목소리 내야 교회 내 상담소 적극 활용한 무료 상담·돌봄 제공도 중요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이 때,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교회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슬픔에 함께하며 기도하고, 나아가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11월 5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합동 성명서를 발표,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번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인한 국민들의 트라우마 반응이 전과 달리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의 경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희생자 대부분이 20~30대 청년이고 생존자와 목격자가 많았다. 게다가 참사 현장의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대로 공유된 점이 트라우마를 키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슬픔에 함께하면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회가 위령 성월을 보내고 있는 만큼, 부활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신앙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활동이다.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는 트라우마를 줄이는 활동이기도 하다. 수원교구 생명센터 센터장 조원기(베드로) 신부는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가 지닌 허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그 자리 그 순간에 서있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다”며 “이런 가슴 아픈 일을 마주하고 우울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우울감은 아픔에 공감하고 기억하고 기도하며 그들을 위해 사랑을 나눌 때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을 위해 교회 내 상담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신자 혹은 신앙을 바탕으로 상담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는 “유가족이나 생존자 중에도 신자가 있을 것”이라며 “이들을 위해 교회 쪽에서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와 기도도 중요하지만, 참사에 관한 악의적인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와 인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를 바로잡는데 나서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교회는 사회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며,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 임무를 자유로이 수행한다”면서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정치질서에 관한 일에 대하여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인이며 동시에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킬 책임이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