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 마무리 (하)특별 좌담회

정리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사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5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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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 끝나지 않았다… 쇄신과 변화의 계기 이어가야”
시노달리타스, 교회 삶의 방식
이벤트 끝났다는 오해는 금물
본당 분과 등 작은 단위서부터
소통·협력의 구조 마련 필요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를 마무리하며 본지가 6월 30일 서울 중곡동 서울본사에서 마련한 좌담회. 왼쪽부터 최용택 취재팀장,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 햇살사목센터 천진아 연구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변승식 신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가 마무리됐다.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재하는 본회의까지 2년 동안 진행되는 이 여정의 첫걸음이 바로 풀뿌리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교구 단계다. 9개월간에 걸친 교구 단계 시노드 여정을 종합적으로 성찰하고 이후 전망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진행: 최용택(요한 세례자) 취재팀장

◎일시: 2022년 6월 30일 오전 10시30분

◎장소: 서울 중곡동 가톨릭신문사 서울본사 10층 회의실

◎참석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변승식(요한 보스코) 신부,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 햇살사목센터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변승식(요한 보스코) 신부

■ 경청을 통해 열린 소통의 길

-최용택 팀장(이하 최 팀장):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가 마무리됐다.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소감, 기대와 아쉬움, 성과 등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변승식 신부(이하 변 신부): 시작부터 많은 부담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왜 하필 지금…”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부정적 반응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부담을 덜 주기 위해 느슨한 모임도 고려했지만, 경청 모임의 의미가 반감되겠기에 무리함을 무릅쓰고 최대한 많은 모임과 참여를 유도했다. 그에 응답하듯, 시간이 지나고 모임이 이어지면서 모두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변화됐다. 만남과 경청, 대화가 희망과 긍정의 태도를 만들어냈다.

▲경동현 연구실장(이하 경 실장): 우리신학연구소 소속이지만 의정부교구 일원으로 경청 모임을 체험했다. 평신도로서 사제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노드 설명회를 진행했다. 신부가 설명하면 욕먹을 것이 뻔해서 평신도를 보낸 듯하다.(웃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모두가 애쓰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시노달리타스의 정신과 필요성을 사제들 역시 공유하고 있었다. 신자 대상 연수에서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과정을 통해 변화가 느껴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2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다가, 대화의 장이 마련되니 더 반기는 듯했다.

▲천진아 연구원(이하 천 연구원): 젊은이 사목 관계자로서 아쉬움이 있다. 젊은이들이 경청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매우 부족했다. 교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가 젊은이라는 점에서 크게 아쉽다. 청년 활동과 관련된 많은 개인적 체험 속에서 끝까지 남는 것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의 체험뿐이다. 자캐오를 부르는, 사마리아 여인의 말을 듣는, 제자들과 함께 엠마오를 가는 예수님의 체험이다. 교회에 섭섭할 때도 있었지만 예수님은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었다. 시노드 여정이 과연 그런 예수님을 만나게 해주는 체험이었는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 소통의 열망

-최 팀장: 가장 자주, 많이 언급되거나 제안됐던 것들은 어떤 이야기들인가? 이를 통해서 드러나는 신자들의 열망, 원의, 교회에 바라는 바는 어떤 것들일까?

▲경 실장: 결국은 소통의 열망이다. 거리두기 상황에서 만남의 체험이 가장 소중했다. 만나서 일단 좋았고 그 과정에서 경청과 소통의 의미를 자각해나간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사실 교회 안에 소통의 문화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본당 사목회를 진행해도 그 안에 소통은 없다. 1시간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보고 사항과 약간의 역할 분담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교회 생활과 신앙에 대한 대화의 기회는 거의 없다. 경청 모임은 신자들이 처음으로 자기 체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처음으로 소통과 대화를 체험한 자리였다.

▲천 연구원: 모두 소통을 원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소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어떤 이벤트나 사업에 대해서 화려한 성과를 도출해야 성공적이라고 느끼기 쉽다. 어쩌면 그런 사고가 그동안 교회 안에서 소통의 기회가 부족했던 이유였던 것 같다. 팬데믹에 대한 대응은 별로 답이 없다. 뾰족한 사목적 대안이 없을 때, 서로 답이 없음을 고백하고 자신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듣는 것, 그 자체가 소통이 아닐까?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고통과 두려움까지 나누는 그런 소통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것이 시노드 여정의 성과 중 하나다.

▲변 신부: 시노달리타스라는 주제 자체가 경청과 소통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부족한 것도 소통이었고, 가장 열망했던 것도 소통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소에도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했다. 봉사자들은 자신들만 희생한다고 불만스러워하지만 의외로 봉사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신부나 수도자를 만나 얘기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관된다. 소통하려면 경청해야 하고 경청하려면 존중해야 한다. 결국 소통에 대한 열망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

■ 성직주의와 평신도 양성

-최 팀장: 교회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집중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성직주의다. 평신도의 미성숙에 대한 지적이 같은 비중으로 지적됐다. 성직주의와 평신도 양성의 문제에 대해 말해달라.

▲경 실장: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이다. 교회의 모든 일들이 사제에게 몰려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사제들도 피해자다. 예전에도 미사만 참례하는 ‘발바닥 신자’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심하다. 그나마 봉사자들도 자기 주어진 몫만 하면 끝이다. 그러다보니 사제 중심 현상이 더 극심해진다. 수십 년 전과 지금은 성직주의의 개념과 현상이 많이 다르다.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던 분들이 성직주의에 실망해서 교회를 많이 떠났다. 그런데 지금 교회 안의 성직주의는 ‘성직 의존주의’의 성격도 다분히 있다. 모든 것을 성직자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평신도 양성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변 신부: 신부들도 피해자라고 알아주시니 감사하다. 사실 사제들도 성직자 중심주의를 원하지 않는다. 평신도들의 양성이 절실하다. 과거에는 사제가 엘리트였지만 오늘날은 신자들의 교육 수준이 더 높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는 그런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다. 교회가 평신도에 대해 기대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양성은 역할이 주어지면서 이뤄져야 한다. 역할을 주지 않고 양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직주의 혹은 성직자 중심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이 문제를 훨씬 더 깊이 고민하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성과주의나 효율을 우선시하는 경향 역시 성직주의와 연관된다. 흔히 “나를 따르라”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신부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는 결국 상명하달식의 문화와 구조다.

▲천 연구원: 신자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신부님들이 너무 멀리 느껴지곤 한다. 적절한 예는 아닐 수 있지만 개신교 목사들은 작은 교회들에서도 아주 촘촘하게 유아, 청소년, 청년 모두 따로 담당 목사나 전도사 등을 두어서 말씀을 나누고 방문하고 지속적으로 만난다. 교회가 공동체의 특성을 회복하고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 특히 사목자와 신자들 사이에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갖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 젊은이 만나려면 찾아나서야

-최 팀장: 여러 교구 보고서에서 공동체의 친교에서 소외된 계층으로 젊은이를 꼽고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천 연구원: 청년들이 교회를 떠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교회가 청년을 떠났다. 젊은이들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들은 어른들이 참여하는 정기적 모임 자체가 어렵다. 매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부유하는 존재다. 그래서 뿌리가 없고 끊임없이 일, 사명, 직무 등을 찾아다닌다. 그들을 만나려면 교회가 찾아나서야 한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속지주의적 사목만으로는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교회가 그들의 말을 듣고 싶다면 찾아나서야 한다.

▲경 실장: 교구 보고서에 담긴 젊은이들에 대한 고민은 아마도 당위성에 대한 추정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청 모임을 하면서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기회는 매우 적었다. 의정부교구에서도 본당 외의 사목영역에서도 여러 가지 경청 모임이 있었지만 젊은이와의 만남은 극히 제한됐다. 본당에서 젊은이들은, 사목위원들 회식 자리에서 지나가는 자녀들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사목위원들을 포함해 어른들은 청소년 청년들을 어떻게 만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관행과 습관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햇살사목센터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원

■ 후속작업의 중요성

-최 팀장: 교구 단계는 2년 동안 이어지는 시노드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쇄신을 위한 기초작업의 의미도 있다. 그런 면에서 후속작업이 중요하다. 각 교구가 어떻게 후속작업들을 진행해야 하나?

▲변 신부: 가장 안 좋은 후속작업은 “각자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했으니까 이제 돌아가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잘해보자”라는 태도다. 이는 결국 이벤트가 끝났으니 일상으로,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시노달리타스를 증진시킬 지속적인 기구, 교구 전담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각자 잘해라’가 아니라 공식 기구가 구성돼 집중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교구장의 의지를 담아 교구 내 모든 기구와 기관, 본당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천 연구원: 첫 길을 내기가 어려운데 시노드 모임을 통해서 소통과 나눔을 위한 길이 났다고 생각한다. 시노달리타스가 애당초 교회의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인내를 갖고 지난한 과정을 적극 선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속작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소한 작은 네트워크, 본당의 다양한 분과들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들이 수립돼야 한다. 동시에 시노드적인 교회의 전망에 대한 지속적이고 깊이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경 실장: 후속작업은 관심과 열의가 있는 부분부터 소박하더라도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시노드적 교회 구조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세계주교시노드와 본당 및 교구의 사목평의회가 그것들이다. 이미 존재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진단과 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노드가 일회성이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논의 성과가 구조와 제도화로 이어져야 한다. 본당에서도 논의된 기록들과 체험들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쇄신과 변화의 계기를 이어가야 한다. 후속작업은 이전의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의 쇄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리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사진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