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와서 아침을 먹어라

조순자 마리아 명예기자
입력일 2022-05-11 수정일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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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제가 다니는 김천 황금본당의 박병래 안토니오 주임 신부님께서 싱글벙글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신자 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코로나19 방역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동안 성당에 안 나오던 신자분들도 모두 모시고 나오세요. 우리 본당 제단체들도 다시 모여 회합도 하고 활동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너무 기뻐서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면서 옆 사람과 두 손을 맞잡고 함께 기쁨을 나눴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옆 사람이 반가워도 손도 못 잡고, 반갑게 인사도 나누지 못해서 속이 많이 상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미사 참례도 하지 못하는 신자분들도 많았고요. 참담한 신앙생활로 일관하려니 그 옛날 우리 신앙 선조들께서 박해를 피해 몰래 모여 기도하던 그때를 연상케 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또 한 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5월 8일은 어버이날이기도 해서 우리 다 함께 밥 한번 먹으려 했는데 신자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신자들은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우리 오랫동안 서먹했는데 다 함께 모여서 밥 한번 먹읍시다”라고 말씀하실 때, 저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요한 21,12)라고 하시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밤새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지쳐있는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져 고기를 많이 잡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따뜻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동안 ‘코로나에 감염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고, 미사 참례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혹시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사 참례를 못 했던 신자들의 모습이 마치 잡히지도 않는 고기를 찾아 밤새도록 갈릴래아 호수를 헤매다 지쳐버린 제자들의 모습과 닮지 않았을까요. 신부님께서 “밥 한번 먹읍시다”라고 하시는 그 말씀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밤새도록 힘들었지? 배고프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일단 와서 아침부터 먹어라”라고 말씀 하시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성당에도 못 나오고 영성체도 못하고 영적으로 배가 많이 고팠던 신자들을 부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냉담교우들에게 일단 와서 맛있는 밥 한 그릇 배부르게 나눠 먹고,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새로운 힘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격려 아닐까요? 본당 주임 신부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잠시 쉬는 이웃들이 다시 발걸음을 성당으로 돌리면 좋겠습니다. 영적으로 든든해지고 힘을 얻어 다시 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합시다.

조순자 마리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