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오야동공소 관리 맡고 있는 성남고등동본당 정재응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2-16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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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추억 깃은 곳 지키고 싶어”

2010년부터 매일 공소 관리
사람들 찾아오는 곳 되길
“도심 속 기도공간 꿈꿔”

“오야동공소는 신앙의 토대가 되고 추억이 서린 공간입니다. 계속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리를 맡았죠.”

정재응(마리아·80·제2대리구 성남고등동본당)씨는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놀라워한다”며 “언제든 조용히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공소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는 1970년 결혼 후 성남 오야동에서 계속 거주한 지역 토박이다. 그는 태평동본당 관할 당시인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오야동공소 관리 봉사를 맡았다.

정씨는 공소에서 신자들과 함께 성탄 연극을 준비하는 등, 많은 신앙 활동과 추억을 함께 했다. 현재도 매일 공소 관리를 하며 기도 봉헌에 여념이 없는 그는 격주 주일 봉헌되는 공소 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례한다. 그 바탕에는 시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있었다. 독실한 신자였던 시부모의 권유로 1970년 수진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후, 공소에서 매일 기도할 뿐 아니라 먼 길을 오가며 수진동·태평동본당 레지오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했다.

공소는 특별한 인연도 맺어줬다. 2018년 비신자였던 한 자매가 방송에 나온 오야동공소를 보고 암에 걸린 남편의 회복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자 찾아왔다. 당시 평소처럼 공소예절을 바치던 정씨는 이 자매의 사정을 듣고 함께 기도하고 위로해주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 여성이 세례를 받을 때, 정씨는 기쁜 마음으로 대모가 됐다.

정씨는 공소가 코로나19로 줄어드는 신자와 지역 고령화로 인해 위기에 놓인 공간이 아닌, 신자들이 기도로 위로받을 수 있는 도심 속 숨겨진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도심 근교에 위치한 오야동공소가 가진 이점을 살리자는 것. 그는 “현재는 성남고등동본당 소속이지만 태평동본당 관할 당시에 이곳에서는 신자들 피정도 열렸다”며 “코로나19가 완화된다면 성남고등동본당 신자들과 함께 새로운 기도의 공간으로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소 관리 후임을 걱정하며 기도하던 정씨에게 희망도 생겼다. 본당의 한 50대 부부 신자가 공소 관리를 자청한 것. 그는 “간절한 기도가 모든 것을 이뤄준 것 같다”며 앞으로 힘이 닿을 때까지 공소를 함께 관리하며, 공소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공소가 매체에 나와 활기를 띄었듯,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서 다시 공소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많은 형제자매들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언제라도 문을 열어둘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