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사마리아인’ 되라는 절박한 초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20일 이탈리아 평신도 연례행사 ‘리미니 미팅’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개인과 우리 각자를 역사의 중심에 다시 놓으면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실존의 의미와 삶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일깨웠다”며 “질병과 고통에 직면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며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의 극복방안이 사회교리라면,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가톨릭 신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제2의 교리서로서 ‘사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사회교리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다름 아닌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밝게 빛나는 표상”이라며 “많은 고통과 상처 앞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모든 형제들」 67항)
박동호 신부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자기 주위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 가장 가난한 이웃이 겪는 고통을 발견하고 공감할 줄 아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들다”라는 무관심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뭉뚱그리지 말고, 우리 곁의 고통받는 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그 아픔에 귀 기울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 서울 정평위)는 자료집 「‘코로나19 재난’과 사회적 약자 그리고 교회의 임무와 역할」을 발표했다. 서울 정평위는 자료집에서 “예수님의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본받아 우리도 세상에서 이웃사랑과 평화 실현에 참여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자”면서 ▲코로나19 감염병에 필요한 의료용품 지원 ▲코로나19 긴급재난모금 등에 후원 ▲코로나19로 급감한 헌혈에 동참 등을 제안했다.
고통받는 이웃을 기억하는 성찰과 묵상, 기도도 사회교리 실천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서울 정평위는 ▲이주민과 난민을 대하는 마음 ▲코로나19로 심화된 교육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언론 등을 성찰해볼 것을 제시했다. 또 묵상에 도움이 될 자료로 코로나19에 관련된 교황의 강론과 회칙 「모든 형제들」, 교부 마르세유의 살비아누스의 가르침 「교회에게」 등을 권했다.
본지 기획 ‘더 쉬운 사회교리’를 집필하고 있는 이주형 신부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 우리 신앙의 가르침이 사실은 사회교리”라면서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 좀 더 편한 것, 편리한 것을 찾는 마음을 버리고, 무관심을 덜어내고 이웃사랑 실천, 나눔, 봉사 등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채워나가며 신앙을 회복하는 것, 바로 사회교리가 그 자체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상황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