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지상의 평화 회칙 반포 10주년 기념 강연회] 인간의 의무 -황민성 주교 강연초

입력일 2020-08-27 13:25:32 수정일 2020-08-27 13:25:32 발행일 1973-03-25 제 85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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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권은 공동선 실현 의무와 불가분

권리는 타인에 대한 의무 때문에 부여
의무 충실히 이행할때 권리 인정받아
지배와 예속 타파해야
후진성 벗어날수 있어
「지상의 평화」회칙 반포 10주념 기념 강연회 그 두번째로 다음은 대전교구장 황민성 주교의「인간의 의무」에 대한 강연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의무의 개념은 일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상호함의가 있었음을 전제한다.

이러한 합의없이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가 윤리적 의무다. 이 의무는 선과 악을 선택할수 있는 사람의 본성에서 오는 것이다. 인간행위에는 윤리법칙이 있고 이 법칙을 어기는 행위는 인간적인 행위가 아니라 동물적인 행위가 된다.

그러나 윤리적 의무는 엄격한 의미의 필연은 자연법칙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람은 윤리법칙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악인은 될지언정 그 사람 자체가 사멸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사람이 스스로 옳은일을 하고 윤리를 지켜 더 빛나는 존재가 되라고 자유를 토대로 한 윤리법을 인간의 마음속에 박아주었다.

이 윤리법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신 하느님은 친히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걸으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시고교회까지 세우셨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물질과 쾌락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리거나 짓밟고 있다. 어떤 이는 『차라리 하느님께서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빼앗아 버렸으면 인간이 장차 받을 벌을 받지 않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자유를 빼앗아버리면 인간은 순 자연법칙과 본능에 지배되는 동물이 되고 만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런 일을 곧잘 저지르고 있다. 정치라는 미명 아래 이것저것 당치도 않는 의무를 강압적으로 지워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인간을 하나의 기계로 만들어 놓고있다. 필연과 의무를 혼동하는 크나큰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필연은 기계적이지만 의무는 영원으로 치닫는 자유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인간의 권리는 의무와 불가분의 관계다. 인간의 생존권은 생명의 보존의무와, 자유로운 진리탐구권은 그 진리를 더욱 완전하고 광범하게 연구할 의무와 국가 통치권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번영의 길로 이끄는 의무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나 의무는 어떤 제정법을 통하기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자연적으로 박혀있는 윤리나 양심을 통해 알게되며 또한 그 힘을 발하게 된다.

권리는 남에게 봉사하고 전적으로 남을위해 살고 책임감과 용기있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인간이 갖고있는 자연적 권리는 타인들에 대한 의무 때문에 부여되었으며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때 타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게되고 그 권리도 인정받게 된다.

인간의 사회적 본성은 각자가 상호간의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고 상부상조하면서 공동선을 도모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사회는 법으로만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므로 각자는 권리보다 의무를 직시하고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관습과 전통을 세우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편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인간이 스스로 책임과 이니시어티브를 갖고 모든 압제와 비인도적 억압에서 해방된 사회안에서 힘껏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의무감과 책임감에서 활동해야지 외부에서 오는 폭력이나 압력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만일 인간사회가폭력과 압력으로 유지된다면 그것은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인간동물원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치적으로 진리에 입각한 사회는 시민들이 정의에 의하여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의무를 적극 이행하며 열성있는 사랑으로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에 정성을 쏟아 마음과 정신이 훌륭하게 상통하는 사회다. 또한 이 사회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하여 성립돼야 하며 무엇보다 정신적 가치의 함양과 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사회의 질서는 도덕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이 질서는 진리와 정의에 입각하고 사랑으로 유지되며 완성되는 것이다.

현대의 특징으로 ①노동자들의 지위향상 및 사회참여의식의 증진 ②여성들의 현저한 사회진출과 남여 동등의식 ③모든 민족의 자주독립과 자조자립을 지적할수 있다. 인간이 자기의 권리를 찾으려면 남의 권리도 인정할 의무가 있다는 대원칙이 명백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진성은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것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대중이 몇 사람에게 매있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즉 후진성은 지배와 예속의 매카니즘속에 대중이 사로잡혀있는 상태로 풀이된다. 그러므로 지배와 예속을 도모하는 유일한 길일수도 있다. 이 길은 바로 인격을 구원하는 길이며 인공적인 여러 매카니즘의 내적 또는 외적 조직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구원이란 말은 부조리한 사회구조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사회적 문화적 조건들을 조성한다는 뜻을 갖고있다. 인간 구원은 항구적인 자유를 쟁취하고 새로운 사회와 인간을 실현하기 위한 그리스도교적 모색이며 신앙에 의존해서 끈기있게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날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