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오월의 기도

김희로
입력일 2020-01-31 14:25:05 수정일 2020-01-31 14:25:05 발행일 1976-05-16 제 100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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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처럼 가난한 마음들이

손톱이 닳아 문드러지는

아픔으로 빚은

당신을 닮은 돌을 세웁니다.

십자가의 아픔을

어머니로 이겨내신

차거운 의지의 들.

사람으로 죽음을 이겨낸

승천의 열정이 식지 않는 돌.

뉘 이 여인의 모초을

돌이라 부르리…

열매 푸진 이삭처럼

큰 내 허물 씻으시듯

억수로 쏟아지는 당신의 사랑

가이없는 은총으로

마리아 그 이름 부르기에

내 입이 다옵니다.

악의 깊은 동굴 속에서

피 묻은 옷자락을 나누면

「로마」병사의 가슴 속에도

진홍의 선지피 흐르던

노들강변 절두산에도

참혹한 마지막 밤을 씻어가는

당신 옷자락 소리 듣기에

내 귀 트이게 하소서

아침 이슬 햇살처럼 영롱한

당신 눈망울 속에서

이 세상 살다 가신 육친의 정을

우리는 보옵니다.

화려할 것도 없는

가뭄의 못판처럼 갈라진

이 폐허의 땅에서

이토록 만족해

불멸을 허락하신

영원한 성모여

김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