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결혼지참금은 누구 위한 것인가 / 이완영 수녀

이완영 수녀(레오나르도ㆍ성가수녀회 총원장)
입력일 2019-12-06 05:31:00 수정일 2019-12-06 05:31:00 발행일 1986-03-23 제 149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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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보다 혼수가 더 중요하다니…

의식못하는 올가미에 묶여서야
8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 7차 아시아 수녀연합회에 제시된 각국의 국가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각 나라의 여성문제는 대동소이하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앞서고 뒤진 차이가 현저한 것에 비하여 여성문제도 반드시 같은 정도의 차이를 내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도 같다.

◆각국여성문제는 대동소이

그러나 여성에 관한 일반적 인식은 물론, 여성들 자신의 의식구조의 근간이 되는 문화와 전통은 마치 고목나무 뿌리 같아서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비료를 주고 신종자로 접목을 해도 기대하는 열매를 내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깊이깊이 뻗어내리고 있는 때문이다.

최근 신문에서 국민학교 교재에 나타난 여성에 관한 편견문제가 실린 것을 읽으면서 나는 이것을 읽을 우리 여성들 자신의 반응에 더 호기심이 갔다.

같은 여성중에 누군가가 앞장서 이런 연구를 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남성을 제외하고 여성들 자신의 반응이 어떤가가 더 초조하게 궁금해지는 것이다.

여성 자신의 의식구조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하는 구체적 이유를 하나라도 게시하는 뜻에서 결혼지참금(선물)의 예를 들어본다.

아시아수녀연합회 참가국 13개국중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은 대표적 회교국가들이다. 방글라데시 국가보고서를 보면 국민의 85%가 회교도이고 75%가 문맹인이며 80%이상이 가난하다고 한다.

여성은 16%만이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분포의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의 여성문제가 다른 비슷한 정도의 나라들의 것에 비해 특이한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결혼 지참금문제이다. 일부다처제가 전통적으로 허용되어온 회교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박해는 결혼지참금의 형태가 가장 처참한것 같다.

신랑측에서 요구한 결혼지참금을 내지못한 아내의 귀를 베어내고 심하면 죽이기까지하는 사례보고를 들으며 믿을 수 없어,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냐? 특수한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보고되는 것이 아니냐? 등의 확인 질문들을 했었다. 그러나 실제 흔히 일어나는 일들로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과다한 결혼예물도 문제

이 문제를 놓고 우리 한국 여성들을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는 우리 수녀들중에 올케ㆍ조카며느리 등이 시집올 때 해온 이불ㆍ담요ㆍ옷 등 선물을 곧 잘받고 나도 어느 핸가 담요한장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들의 경우 신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외에도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살림일체를 준비하는 것도 부족해서 시집가족들의 의복, 이부자리, 시계 등 예물을 준비하느라고 부모님들의 허리가 휘는 정도를 넘어서는 경제적 부담을 드리는 것을 흔히 보는 현실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없는 돈에 빚을 내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부모님들은 자식기르고 가르치느라고 옷 한벌 마음놓고 해 입으시지 못하고, 시계 하나 마음놓고 골라사지 못하셨는데 도대체 시고모, 시이모가 무슨 역할을 했기에 비싼 옷이나 시계를 선물하느라고 또 부모님의 짐을 더해 드리는가? 그렇다면 신랑측에서도 신부측 가족에게 같은 정도의 선물들을 보내고 있는가?

사회조사 등의 구체적 연구를 하지못해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들장가보낼 걱정보다 딸 시집보낼 걱정을 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배우자 잘만나는 것에 관한 것만이 아니고 혼수준비 예물준비 등 결혼지참금 문제가 더 큰것같다.

◆딸둔 부모에게 정신적 부담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여성들도 결혼지참금 문제로도 일종의 차별을 받고 있는것이 사실인데 과연 혈혼지참금의 경우 누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인가?

남자측에서인가? 여자측 자신인가? 어느쪽에서도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기정사실로서 딸을 둔 부모에게 정신적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여성들의 자존심을 미묘하게 괴롭히는 정신적 억압의 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한 가정을 이루는 남녀의 결합에 있어 이러한 미묘한 정신적 억압과 갈등들을 안고 결혼한다면 그 가정은 이미 일종의 정신적 장애를 내포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많은 문제는 고사하고 결혼지참금 문제하나를 놓고도 우리 여성들 자신의 의식을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힘에 겨운 결혼예물을 해야하는경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기정사실화된 풍습의 정신적 억압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 태도가 여성의 행복, 가정의 행복을 이루는데 과연 장애가 되는것일까?

비록 여성문제에 있어서만 그런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벗어나야하는 올가미 속에 묶여, 그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지참금의 문제가 그중 하나라고본다.

이완영 수녀(레오나르도ㆍ성가수녀회 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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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영 수녀(레오나르도ㆍ성가수녀회 총원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