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
“참 평화 위해선 다툼의 역사 공감하고 이해해야”
“대립하는 상대를 존경하는 일, 자신의 집착을 버리고 그것을 넘어 ‘나가는’ 일은 화해를 향한 출발점입니다. 이를 위해 종교는 서로의 이해와 신뢰에 기초해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이나 시도를 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10월 9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3회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일본 삿포로교구장)는 “‘자신만의 정의’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며 한일 갈등의 해결을 위해 “사람과 사람의 교류,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는 계몽활동을 교회가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에페 2,16) 우리도 자신이 주장하는 정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것을 넘어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여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가쓰야 주교는 갈등이나 대립의 원인을 “상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나 편견”에서 찾는다. 또 상대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의 정의’의 포로가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을 알아가며 갈등의 원인을 제거 할 수 있을까. 가쓰야 주교가 제시한 해법은 “나가는 것”이다.
가쓰야 주교는 “우리는 교황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넘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나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만남이 없으면 알 수 없으며, 알지 못하면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평화적인 통일이 가장 어울리는 미래입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진영의 군사적 균형, 북한의 비핵화, 한·미·일의 국사동맹 등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의 역할은 두려움과 불신이 증폭하는 구도 속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무력에 의지하지 않는 평화의 구축을 끊임없이 호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교회는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에 끊임없이 반대하고 있다.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념을 담고 있지만, 현 일본 정권은 이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가능국으로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또한 주교회의 차원의 메시지 발표나 활동을 통해 평화를 위해 핵을 폐기해야 함을 호소하면서 무력으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아울러 가쓰야 주교는 일본 정의평화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난 8월 15일 ‘한일 정부 관계의 화해를 향한 담화’를 발표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한일 갈등의 화해를 위한 발걸음에 교회가 함께 하기 위해서다. 이에 호응해 한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도 담화를 발표했다.
가쓰야 주교는 “평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다툼의 역사를, 상대방에게 준 아픔을 알고 거기에 공감하며 화해하는 것이 전제된다”고 말하고 “안타깝게도 일본교회는 사회에 대해 큰 영향력이 없지만, 3·1운동 100주년에 일본교회가 낸 담화가 한국 언론에서 화제가 돼 역으로 일본 언론에서도 큰 반향이 있었다”면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일본교회와 한국교회가 함께 일군 성과를 언급했다.
“일본교회에게 한국교회의 모습은 큰 자극이 됩니다. 특히 다양한 사회문제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교회가 함께하는 모습은 일본 신자들의 의식을 사회로 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부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일본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