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비관, 자살한 학생들을 단순히 그들의 심리적 나약성에만 그 이유를 돌려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극도로 팽배한 경쟁의식 속에서 입시위주로 치달아 온 우리의 교육현실이 학생들에게 견디기 힘든 압박감을 준 것입니다』
서울 계성여고 심충보 교사(역사ㆍ33ㆍ요한)는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오늘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이를 조장해 온 어른들에게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충보 교사는『꼭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회풍조와 내 자식만은 꼭 대학에 가길 바라며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우리 교육풍토의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대학입시를 위해 점수위주로 교육을 시키고 있는 일선교사들 모구다 크게 반성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작년 6ㆍ29선언 이후 조직된「전국교사협의회」에 참여, 교육법개정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는 심충보 교사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꿈 많은 사춘기시절에 꿈과 야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서로 대화도 단절한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과중한 책과 씨름해야 하는 우리학생들을 볼 때 교사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살한 학생들의 의지가 약하다고 탓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하루에 3, 4개씩 도시락을 지참하고 14~16시간을 교실에 앉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항상 괄시를 받아야만 한다는 현실에 학생들이 조바심을 안 느끼겠느냐』고 반문한 심 교사는 나름대로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먼저 고졸자와 대졸자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심 교사는『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학생들에게 심어주겠다』고 다짐했다.
또 학생들에게도『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부딪쳐 이길 힘을 기르자』고 당부했다.
한편 심 교사는『계성고와 같은 가토릭학교의 경우 신앙의 힘이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며『가톨릭학교만은 인성교육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