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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수필] 직업에 대한 보람

김문용ㆍ세실리아ㆍ공인중개사
입력일 2019-08-02 15:04:12 수정일 2019-08-02 15:04:12 발행일 1988-04-24 제 160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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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내가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했을때는 너무나 이상론을 폈던것 같다. 출퇴근시간을 꼭꼭 지키고주일마다 쉬고,그외의 시간에는 내 생활을 갖기로마음 먹었다.

그러나 웬 걸 -. 이 일을 막상 해보니 저녁시간에 남편이 퇴근해야 계약이 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요즘주부들의 세력이 대단하여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부들이 낮에 자세히 알아보고는 퇴근하고 온 남편과 상의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볼 때 흐뭇함까지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를 부동산 투기자들이라 생각하지만 실재로는 싼 임야를 사는데도 망설이며 걱정을 하는 것을 볼 때 나는 장사꾼의 입장을 떠나 극소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떠들어 대는 언론의 횡포(?)에 반기를 들고 싶다. 「부동산 중개업」이라는 것이 그냥 물건을 사고 팔아주는 간단한 것이려니 생각했지만 섬세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고 또한 책임까지 져야하니 힘든 작업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치솟는 물가 때문에 일 년 사이 천만원씩이나 집세를 올려 달란다고 나에게 싼 집을 구해 달라고 사정하는 선량한 고객들을 볼 때, 어느새 나는 가난했던 신혼시절에 매정한 주인에게 구박 맞으며 살던 시절을 떠올리시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계층, 여러 가지 직업의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이 직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자주 접한다.

내가 처음 공인중개사자격증 시험에 대비하여 두터운 책을 펼쳤을 때는 아득하기만 했는데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몇 년을 흘려보내다가 급기야 사무실을 차려 놓았지만 얼마나 두려웠던지…. 처음에는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찰랑 찰랑 내려앉고, 손님이 사무실에 들어 올까봐 걱정이 앞섰었다.

그러나 경험이 쌓아다보니 차츰 자신감이 생기고 귀중한 남의 재산을 관리해주며 보호해주는 내 직업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기까지에 이르렀다.

이제까지 사회의 불신을 받아온 중개업자의 인식을 바로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그리고 긴 안목으로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니 잔뜩 흐렸던 잿빛 하늘에서는 단비가 내리고 있었다.

김문용ㆍ세실리아ㆍ공인중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