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소년 상담사례] 부모와 진로 갈등겪는 학생

이희한·서울 성동고교사
입력일 2019-07-05 16:56:18 수정일 2019-07-05 16:56:18 발행일 1988-01-17 제 158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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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저 술좀 먹었습니다』

『잠깐만 찾아뵙고 싶지만 술을 먹어서 망서리다가 전화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나왔어요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죽고 싶어요』

『지금 어디있니?』

『지하철 역 공중전화예요』

『내가 그리로 갈테니잠시만 기다려라. 어디가지말고 가만있어』

조금은 엄하게 말하고 전화를 놓았으나 마음은 매우 불안했다.

철수는 고3、지금 한창 열심히 공부해야 할 때인데 큰일 났다싶어 허둥지둥 뛰어나갔다. 철수는 지능이 매우 높고 고등학교 입학시에는 전교수석이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성적이 떨어져 지금은 중위권이다.

수업이 끝나고나면 가끔 시간을 내달라고해서 여러번 만나 그의 가정사정을 자세히 듣게 되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의사이며 큰 병원을 운영하셨고 어머니는 부자집의 따님으로 어려움 모르고 크신 조금은 이기적이고 세심한 분이라고 한다. 아버님은 밖의 일로 매우 바쁘셔서 늘 늦게 오시고 요즘은 국회의원 출마로 더욱 얼굴을 뵐 수도 없단다. 형님 한분은 대학생으로 자기 생활을 하고 집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철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컸다. 그가 형보다는 늘 우수한 성적이었고 예능에도 뛰어나며 학교에서는 늘 반장이나 학교대표였기에 부모님의 관심은 늘 그에게 있었다.

『너는 의대에가서 내 뒤를 이어야 한다』아버님은 볼 때마다 자기에게 의대에 가라고 하신단다.

『철수야! 있었구나!』철수는 얼굴이 홍당무 같이되어 있었다. 그를 약국으로 데리고 가서 약을 먹게 했다.

『자、시원하게 바람을 쏘이며 얘기하자』우리는 석촌호수가를 걸으며 얘기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별거상태입니다. 오늘도 어머님이 쓰러지셔서 누워계신데 아버님은 들어오시지도 않으셨어요. 어머님은 제 성적을 아시고 우셨습니다』

철수는 아버지의 의대권유와 어머니의 물리학과 권유사이에서 갈등을 갖게되었고 친구 길수와의 경쟁에서 지고있다는 패배감으로 죽고 싶다고한다. 길수는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 어릴적 친구인데 놀라운 천재라고한다. 그는 벌써 몇몇 명문대학으로부터 특별장학생 제의를 받고있는데 나는 무엇했단 말인가고 울며 말하는 것이다『사실、저는 哲學이나 歷史學을 공부하고 싶어요!』『그래서 일부러 성적을 낮추고 있었어요. 그래야 부모님들도 제 성적을 아시고 제가 가고싶은 학과를 보내 주실테니까요』그의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날들은 성적을 올리려고 애쓰는데 철수는 고의적으로 성적을 낮추는 노력을 해 왔으니、철수는일치되지 않은 부모의 교육과 각자의 욕심으로 자녀를 지도하는 이기적인 부모에 대한 경종이었다 한가정이 화합하여 자녀에 대한 일치된 교육방향과 자녀의 능력이나 적성을 살려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는 노력보다는 부모들이 경쟁이나 하려는듯이、또 자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부모들의 잘못된 이기심으로 남편이나 부인에 대한 승리감을 맛보려는 것이 자기자녀를 얼마나 괴롭히는 일인가를 생각해 봐야하겠다. 철수는 나의 제안을 수락하고 부모님과 함께 자리를 했다.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진로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었고 부모님들의 얘기도 듣게 했다. 부모님의 양해와 철수 자신의 시간적 여유로 자기진로를 생각할수 있게 해 주기로 했다. 그는 지금 명문대학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있으며 미국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난을 맡아주신 정은성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는 서울 성동고등학교에 재직중인 이희한 (유스띠노) 선생님께서 계속 집필해주시겠읍니다.

이희한·서울 성동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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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한·서울 성동고교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