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36년간 사목하다 작년 11월 19일 홍콩으로 떠난 반예문 신부는 홍콩난민수용소에서 난민사목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알려왔다…
제가 홍콩에 있는 한 작은 베트남 난민 수용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영어를 가르치게 된 것이 4개월이 넘었습니다.
그 곳에는 약2백명 가량의 난민이 제한된 구역 안 갇혀서 살고 있습니다. 경비원까지 있는 것을 보면 마치 감옥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곳은 마치 무덤같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무시당하고 잊혀져있는 듯 보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3그룹의 학급에 각45분씩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각 학급은 12명 정도입니다. 한반은 국민학교 저학년, 또 다른 반은 중학생 정도의 나이, 그리고 나머지는 10대 후반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영어시간은 단조로운 수용소생활에 활력소와 같은 구실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미래에 대해 이렇다할 생각도 없이 이렇게 통제된 곳에서 2년을 넘게 살고 있었습니다.
사순절의 막바지에 다다랐던 어느 목요일, 나는 1백40여명의 난민들이 갑자기 홍콩에서 떨어진 어느 낙도로 강제 이송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그 곳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돌려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반의 10대 후반의 아이들 모두가 떠났고 다른 두 반도 절반 정도만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갑자기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슬픔으로 영어를 공부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수용소에는 남아 있는 이들도 뒤따라 섬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것과 제3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상충된 루머가 나돌았습니다. 저는 게임과 노래, 작은 상을 주며 아이들의 기분을 되살려보려고 애를 썼고. 이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 듯했습니다.
성 목요일 오후. 아이들에게 주려고 쵸코렛바를 사들고 수용소에 갔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의 기분은 훨씬 좋아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쵸코렛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웃고 떠들며 신나는 게임도 하였습니다. 남아 있던 이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 관한 기사가 부활대축일 신문에 났습니다. 조사결과 이들은「합법적인 난민」으로 판명이 났으며 마침내 유럽의 나라에 이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들을 알게 된 것을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 저를 부유하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