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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하늘 높은줄 모르는 집세 / 박해원 기자

박해원 기자
입력일 2019-05-24 13:17:01 수정일 2019-05-24 13:17:01 발행일 1990-04-29 제 170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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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갑자기 폭등한 전세·월세 등 부동산 임대료가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들어 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두달동안 전국에서 15명이 나되는 아까운 생명들이 잠잘 곳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건이 잇따라 발생、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집세는 각종 물가의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의 가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의(衣)식(食)주(住) 등 3가지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다. 때문에 이 3가지 요소에서 비롯되는 각종 문제들은 인간사회의 전체 맥락에서 바라볼 때에 단순히 경쟁사회에서 야기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취급해 버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인간은 여러 철학자들이 주장해온 바와 같이 공동체적 운명을 지니고 있으며、여타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고유의 윤리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집세의 폭등은 서민들에게「내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집세로 인한 비관자살도 큰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의 희망」을 상실토록 했다는데 그 심각성이 더 가중되는 것 같다.

순진한 서민들은 희망의 상실로 인한 허탈과 비애감을 달래기 위해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과소비와 사치풍소에 체념적으로 젖어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부동산임대료의 폭등은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앞으로 2년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는 심리가 작용한데다 국세청의 부당임대료 실태조사 등 정부당국의 부동산 값 안정 정책마저 장기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어느 본당에서「전세·사글세 든 이웃에게 형제적인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아래「집세를 조금만 올리거나、올리지 않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실현되고 있는 이 현장은 참으로 신앙인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