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범종교인 후원회 설립계기로 본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의의 및 전망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18-10-08 17:16:30 수정일 2018-10-08 17:16:30 발행일 1993-08-29 제 186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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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국민운동으로 태동

종교간 화합 협력 이뤄내 큰 의의
지속적 후원사업 꼴 제대로 갖춰
과거의 아픈상처 극복위한 우호증진의 지름길
한·베트남 직업훈련원의 기초과정이 오는 9월초 호치민시 주재 한국영사관 개설에 맞춰 개원된다. 이에 앞서 8월 18일 오후 서울 ‘전경련’ 회관에서는 이 사업을 돕기 위한 범종교인 후원사업회가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발족했다.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후원사업이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으로 점화되는 순간이었다.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2백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창립대회에서 서의현 스님(조계종 충무원장)은 김도각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전쟁고아들과 한인2세들을 돕기 위한 한·베트남 직업훈련원과 그 후원사업에 범종교인들이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우리 2천만 불자들도 솔선수범하여 이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선명회 회장 이윤구 박사는 역시 인사말에서 “우리가 진 빚을 갚는 새로운 사업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간 기쁘지 않다”고 밝히고 “불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기독교인이 함께 힘을 펼쳐보이는 이 운동이야말로 새로운 평화의 세계를 여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종교단체 늘어

민주당 이우정 의원은 축사에서 “늘 피해자라는 의식 속에 살아온 우리는 베트남 전쟁고아들과 한인2세들에 대한 책임과 사죄를 묵인하며 살아왔다”면서 “범종교인과 정부의 후원과 모든 국민이 합심해서 이런 운동을 일으킨 것을 축하에 앞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술교육을 통해 베트남의 한인2세들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기위한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사업은 작년 말부터 천주교 한마음 한몸 운동이 이에 참여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 이후 천주교계의 주도로 추진돼 오다 그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종교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한·베트남 직원훈련원 후원회’에서 ‘범종교인 후원사업회’로 확대 개편하게 됐다.

그러나 베트남 한인2세들을 위한 직업훈련원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91년 말부터다. “한국계 혼혈아인 우리의 2세들에게 직업교육훈련을 시켜 장차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그곳에 진출하는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생활터전을 마련해 줄 목적”으로 추진된 ‘베트남 한인2세 직업훈련원’은 91년 10월 호치민 시립경제대학 부설 경제 및 투자상담 협력기관인 CE-SAIS를 통해 이에 대한 취지의 각서를 교환하고, 92년 2월 직업훈련원 설립에 관한 합의를 보게 된다. 이어 베트남 교육훈련성 장관으로부터 92년 4월13일자 제717호로 직업훈련원 설립허가장을 교부받음으로써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추진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베트남 측과 합의한 내용은 3사관학교로 쓰이던 호치민시 소재 대지 7·2에이커 지상건물 26동 건평 6, 357평을 향후 10년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오태순 신부(한마음 한몸 운동 본부장)등 한국대표단 4명이 직업훈련원과 관련된 베트남 측과의 합의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 현지를 방문, 베트남 및 베트남교회 상황을 둘러보고 왔다. 이때쯤 교회 내에선 처음으로 서울 한강본당(주임 오태순 신부)이 ‘베트남 한인2세돕기회’를 발족시키고 이를 위한 각종 모금할동에 들어갔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 정부 대표단이 현지 직업 훈련원 교사요원 24명과 함께 내한, 훈련원 개원 및 베트남 교회지원 방안 등에 관해 논의한바 있으며 한국 대표단은 지난 6월24일 두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 직업훈련원 개원에 따른 제반 문제를 협의, 개원일자를 호치민 주재 한국영사관 개설일자에 맞춰 9월1일로 하자는데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측이 제시한 새로운 훈련원 건립안에 따른 추가 부지사용과 양국 근로청소년 교류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사업을 위한 범종교인 후원사업회가 탄생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우선, 국내 주요 교계가 성금모금 등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종교간 화합과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도 사회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날 창립대회에서 임원진에 주대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비단 종교계뿐 아니라 정계·학계·문화계 등 각 분야를 총 망라해 사실상 ‘전 국민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양국 간 협력 디딤돌

이날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 강원용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김경수 성균관장 이윤구선명회 회장 김인철 원불교 교정국장 이우정 민주당 의원 김중위 민자당 의원 등 7명이 고문에 추대됐고 오태순 신부 김도각 스님(조계종 사회부장) 변창남 펄벅재단 한국 지회장 등 5명이 공동 회장에, 신영순 한국 여의사회 회장 김부성가톨릭 의대 교수 등 8명이 공동 부회장에 각각 추대됐다.

두 번째로 ‘한·베트남 직업훈련원’과 범종교인 후원사업은 향후 두 나라 간에 전개될 각종 교류협력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동이 기대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해 말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정신적, 물질적인 유대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 천주교회와 뜻있는 민간인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베트남 한인2세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은 과거의 상처와 그 후유증을 치유하려는 매우 바람직한 노력일 뿐만 아니라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한 발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두 나라간 교류의 바탕이랄 수 있는 ‘신뢰’가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사업을 통해 상당부분 축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베트남 직원훈련원은 양국 간 우호증진의 가교인 동시에 지난날 전쟁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반공’ 차원이었다고는 하지만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은 그곳 사람들에게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로 인한 전쟁고아나 한인2세들을 도와주는 일뿐 아니라 이제 막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일어서려는 베트남 국민들을 돕는 일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후원사업의 꼴을 갖추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범종교적인 후원사업회의 창립은 의의를 갖는다.

전 국민 동참 필요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베트남 직업훈련원’ 사업은 이제 시작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처음 이 운동은 양국 정부의 승인 하에 민간주도로 추진돼 온 것이지만 국민운동으로 승화, 발전시킨다는 것이 당초 의도였다. 정부당국이나 기업체의 참여와 지원은 이를 위해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었다. 범종교인 후원사업회의 설립을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민운동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외형적인 틀은 갖추었다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풀어가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으로 본다. 훈련과정 이수 후 현지 혹은 국내 기업체 취업문제, 훈련원 운영에 따른 지속적인 재원 조달문제 등등…….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온 국민들의 동참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특히 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범종교인 후원사업회’의 결성은 묵은 부채를 조금 이나마 덜어보려는 작은 시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