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장애인 주일에 만난 목자] 청주 사천동본당 김동일 신부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8-08-03 19:48:13 수정일 2018-08-03 19:48:13 발행일 1993-05-16 제 185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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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돌보며 생명존엄성 체험”

사회적 편견 넘어 포용 우선
89년에 미혼모의 집도 건립
도심지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천막집 가건물 성당에서 4년째 소리 없이 장애아동들을 기르고 있는 청주 사천동본당 김동일 신부.

팔 다리 사지가 없는 4 살배기 ‘구원’이와 성령칠은을 따서 이름 지은 중증난장이형 정박아 쌍둥이 9 살배기 ‘지혜’, ‘슬기’를 키우는 김 신부의 하루하루는 “생명의 존귀함을 체험하는 은총의 나날”이라고 한다.

금년 4월2일 청주교구로부터 정식 수도회로 인준 받은 ‘성 황석두 루가 전교회’의 지도신부이기도 한 김 신부가 장애아동을 기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성모신심과 함께 ‘인간생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김 신부는 많은 미혼모들이 낙태를 자행하는 것을 보고 태아를 살리기 위한 미혼모의 집 ‘성모 자모원’을 89년 청주 사천동성당에 건립했다.

4년 동안 2백여 명의 미혼모를 거쳐 보내면서 태어난 아기들을 교회 입양기관인 성가정 입양원에 위탁시켜온 김 신부는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는 특수장애 아동을 손수 거두기로 하고 성모자모원 운영과 동시에 본당 인근에 가옥 하나를 빌어 ‘천사의 집’이라 이름 지었다.

X선을 취급하는 작업장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일해 온 부모로부터 사지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난 ‘구원’이를 입양해온 김 신부는 “구원이를 돌보는 일은 24시간 성체조배”라고 비유한다.

팔다리가 없는 구원이기에 물먹는 것에서부터 대소변까지 모든 것을 타인의 손에 의존해야 되기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활동이 없어 몸의 열을 땀으로만 발산하기에 하루에도 40~50개의 기저귀와 수벌의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구원이로서는 김 신부와 하루 3교대 봉사자들의 24시간 보살핌 없이는 잠시라도 살수 없는 처지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온 몸이 제각기 움직이는 난쟁이 쌍둥이 슬기 지혜 자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7살까지 우유만 먹고 부모에 의해 가둬진 채 숨겨 자라온 슬기 지혜 자매는 밥을 먹지 않아“음식을 먹을 때까지 굶겨보라”는 한 수녀의 말을 듣고 굶겨가면서 식사습관을 고쳐야만 했던 김 신부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입으로 책장을 넘기며 글을 배우고 주모경을 따라 외우는 구원이와 구원이의 젖은 기저귀를 갈 때면 마른 새 것을 들고 오는 정박아 슬기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은 인간이 아무데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생명에게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주심”을 깨닫는다는 김 신부는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와 완성을 향한 교회의 모습을 묵상하곤 한다”고 기뻐했다.

구원이에게 말 가르치는 재미에 몸이 달은 김 신부는 “어른들의 이기심의 희생양인 이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대접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장애인을 내 이웃으로 인정하려는 사회인식이 부족해 아파트에서나 일반 아동시설에서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아 아이들 교육이 걱정이라는 김 신부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구원이 슬기 지혜가 세상살이를 위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이들을 인정하는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한 김 신부는 “그날이 올 때까지 구원이 슬기 지혜가 안심하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버려진 더 많은 아이를 기르고 싶지만 구원이 한명에게 만도 열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김신부는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모두가 소중히 생각하는 참 세상이 오도록 전 신자가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 ‘천사의 집’ 마련에 도움주실 분: 청주 사천동본당 지로번호 7529500 자모원 우편대체 300038-31-569-324 김동일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