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현대인을 위한 교리] 68 경신례(敬神禮)/김웅태 신부

김웅태 신부ㆍ서울 암사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8-07-13 19:15:44 수정일 2018-07-13 19:15:44 발행일 1993-05-02 제 1853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창조주께 드리는 감사 흠숭의례

내면의 외적표현… ‘미사’가 극치
경신례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께 드리는 참된 예배를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온 우주만물을 사랑으로 내시어 창조물 스스로가 하느님께서 주신 본래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움직여지도록 섭리하였다. 세상의 자연 사물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찬미한다. 산의 나무들, 공중의 새들, 바다 속의 물고기들, 온갖 동물들 등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그 존재의 목적대로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평화를 드러낸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얘기하고 창공은 그 손수하신 일을 알려주도다’(시편 19,1).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 모상대로 지으시어 이성과 자유의지, 감성으로써 당신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도록 하신 것이다. 인간은 자기 내면의 양심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의지로서 따르며 감성으로써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경신례란 인간이 하느님께 드리는 예(禮)이므로 믿음을 가진 이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마음과 의지는 외적인 태도와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므로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과 예절 표현은 바로 인간 내면의 외적 표현이라고 볼수 있다.

경신례를 드리는 인간은 ‘종교적 인간’(Hoomoreligious)이다. 이 종교적 인간은 종교에 따라 그 경신례의 대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옛날에는 어떤 큰 힘이 있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던 사물들이 그 종교적 대상이었다. 그래서 태양, 달, 큰 나무, 바위, 크고 높은 산 등을 의인화시켜 숭배의 대상으로 삼고 그 앞에 엎드려 절하고 빌곤 했다. 오늘날도 이러한 믿음들을 간직한 종교적 형태가 발견되고 있지만 문명과 과학이 발달됨에 따라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성서에서는 야훼 하느님만이 참된 창조주이시며 온 땅과 온 우주의 주인이심을 선포한다. 하늘과 땅 위에 있는 모든 존재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피조물에 불과한 것이며 이 피조물들은 하느님께 경배할 의무가 있음을 알려준다. 자연 사물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그 본성 자체에 박아주신 질서와 법칙에 순응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된다.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경배는 이런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의 몸짓, 무릎을 꿇는 행위, 손을 합장하는 행위, 두 손을 벌려 기도하는 모습 등은 인간이 지닌 육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대한 흠숭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간이 지닌 언어능력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인간은 하느님께 드리는 경신례를 통해 인간의 의미와 그 목적을 드러내고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은총을 받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경신례는 두 가지 방향의 내적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인간으로부터 하느님께 향하는 방향과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에게로 내려오는 방향의 움직임이 있다. 전자에서는 인간 측으로부터 찬미, 흠숭, 감사의 행위가 하느님께 올라가며 후자에서는 하느님 편으로부터 은혜, 강복, 용서가 인간에게로 내려오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에게는 하느님께 드리는 경신예절의 극치가 바로 미사성제 거행에서 드러난다.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사제와 함께 주의 제단에 모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드리며 또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은혜로운 말씀과 죄의 용서와 복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거룩한 경신예절인 미사성제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준비하여 경건하게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께 기쁨과 영광이 되고 인간에게는 유익함이 있도록 예배해야 할 것이다.

김웅태 신부ㆍ서울 암사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