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과 솜씨
하캄은 형용사로 ‘지혜로운’이란 뜻이고, 명사로 쓰이면 ‘지혜로운 자’를 의미한다. 흔히 ‘지혜’라 하면 정신적으로 고결한 가치나 추상적인 깨달음을 연상하기 쉬울 것이다. 밤낮으로 책을 많이 읽어 경전의 이치를 통달한 선비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의 하캄은 원래 능숙한 솜씨, 재주 많은 일꾼, 경험이 풍부한 장인(匠人) 등에 쓰이는 말이었다.
역대기 상권을 보면, 다윗 임금이 아들 솔로몬에게 성전 지을 것을 준비하라고 당부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윗은 아들에게 “너에게는 많은 일꾼이 있다”고 말하고, 성전을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채석공과 석수와 목수”를 거론한다. 하지만 성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경험 많고 능숙한 일꾼들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다윗은 “그 밖에도 갖가지 일에 뛰어난 온갖 하캄들(장인들)”(1역대 22,15)을 든다.
이처럼 하캄, 곧 ‘지혜로운 자’는 본디 손으로 노동하는 장인과 기술자에게 쓰는 말이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자주색 모직과 자홍색 양모 옷은 모두 다 하캄들(기술자들)의 작품입니다”(예레 10,9)고 말했고, 이사야 예언자는 “하캄한(재주 있는) 장인”(이사 40,20)이라고 표현했다.
흥미롭게도 고대 이스라엘에는 곡을 하는 것이 특별한 기술에 속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초상이 나면 여인들의 곡소리가 초상집에 울려 퍼졌다. 고대 이스라엘에는 아예 “여자 곡꾼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곡을 하캄하는(곡을 잘하는) 여자들”이었다(예레 9,16). 고대 이집트에도 이런 여자 곡꾼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