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뷔나 수녀님께서 며칠째 혼수상태에요.”
취재를 하던 중에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독일인 수녀님께서 위독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옥사독’ 수용소 마지막 생존자, 올해 100세인 수녀님이라고 했다.
마감을 하다 ‘독일인 수녀님 상황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락을 했다. 아직까지 혼수상태라는 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1시간쯤 후 선종하셨단 소식을 들었다.
부고기사를 빨리 마감하려 예전 기사를 찾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수녀님은 6년 전 인터뷰했던 분이었다. 2008년 서원 70년을 맞아 수도자로서 삶을 이야기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아흔을 훌쩍 넘겼지만 벨트뷔나 수녀님은 곱고 소녀 같았다. 그런데 허리가 굽어 보조기를 끌고 걸었다. 그땐 연세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장례미사 조사를 통해 허리가 옆으로 뒤틀어진 이유를 알게 됐다.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와서 일제강점기와 ‘옥사독’ 수용소에서의 강제노동, 목숨을 건 피란길에 오르기까지 겪은 고통의 무게에 허리가 굽고 뒤틀어진 것이다. 76년 봉헌의 삶을 살아온 수도자. 처참한 시간도 있었지만 머나먼 이곳으로 끌어주신 하느님 뜻에 순명하며, 스스로를 봉헌했다.
‘봉헌생활의 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흘렀다. 벨트뷔나 수녀님의 기사를 보면서 봉헌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수도생활이란 행복한 삶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힘을 얻고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수도자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러길 바란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는 행복한 삶 말이다. ‘오늘 얼마나 나 자신을 봉헌했는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