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터뷰] 씨튼연구원 원장 최현민 수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1-12 04:23:00 수정일 2013-11-12 04:23:00 발행일 2013-11-17 제 287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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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대화, 자신을 깊이있게 만나는 과정”
“‘종교간 대화’는 어떤 신앙으로 살아가든 자기 정체성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보다 깊이 있게 만나는 과정의 하나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자녀인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지요.”

씨튼연구원 최현민 수녀는 종교인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서로 친해지고 일치하자는 단순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나의 신앙을 더 잘 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종교들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며, 이에 따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한 모상을 회복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종교간 대화’에 대해 언급할 때는, 흔히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선교 또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르곤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종교다원사회 속에서는 더욱 심각한 질문일 수 있다.

최 수녀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신앙의 확신과 헌신적인 삶의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며 “자기 신앙에 대한 확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그 자각과 체험을 구체적인 삶을 통해 나누는 복음선포를 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특히 최 수녀는 “‘종교간 대화’의 결실은 개개인의 영성 심화를 넘어서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응, 그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 구체적으로 영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씨튼연구원을 중심으로 각 종교인들이 심층적으로 공감하는 문제는 ‘생태’와 관련된다.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생태문제는 전 지구적인 과제로, 모두가 통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 안에서 종교인들의 소명은 현실을 직시하고 안주하지 않도록, 생태문제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문제점임을 자각하도록 가치관을 변화시키는데 힘쓰는 것이다.

최 수녀는 “현재 생태계의 위기는 우리들이 멈추지 못하는 대량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으로 발발했다”며 “우리는 진정한 행복은 소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로 사느냐에 달려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인들은 본성을 잃어버렸기에 행복하지 않지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워야 합니다. 어떠한 욕망도 없는 극기의 상태가 아닌, 최소한의 것을 갖고도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얻는 길,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자리가 바로 생태와 종교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바로 ‘마음이 가난한 이들은 행복하다’는 말이 실현되는 장이지요.”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