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교회가 겪는 신앙의 위기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점점 더 선악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실태를 개선하는데 신앙인들이 먼저 앞장서야 합니다.”
프로스페로 그렉 추기경(Prospero Grech·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86)은 “현대사회에 가장 만연한 문제 중 하나가, 그릇된 것이라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면 진리로 오인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반대해도, 옳은 것을 알리고 수호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것도 신자들이 그릇된 가치관에 휩싸여 신앙을 잃어갈 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을 쇄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렉 추기경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한국지부 의정부 분원 ‘착한 의견의 성모수도원’ 봉헌식과 사제서품식 주례 등을 위해 6~16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10일 가톨릭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를 통해 ‘신앙의 해’의 의미와 이와 관련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활동 등에 대해 전했다.
그렉 추기경은 성서신학과 교부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석학으로, 30여 년간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과 교황청 성경연구소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도 교황청 신앙교리성 성서위원회 위원과 신약성경연구학회(SNTS)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또 이탈리아 로마에 자리한 아우구스티니아눔 교부학 전문대학원(Istituto Patristico Augustinianum)을 공동 설립, 학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몰타공화국 출신으로는 역사상 두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그렉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리던 당시, 진행 상황을 실시간 번역해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교회 안팎에 알렸던 실무진이기도 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없었다면, 다원주의의 흐름 안에서 믿을교리를 지켜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겪는 신앙의 위기는 단순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결과를 올바로 실현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신영성, 새로운 시대흐름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위기는 신자들조차 자신이 믿고 따라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신앙의 해’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대해 다시 알고, 각자의 삶에서 무엇을 거부하고 무엇을 그릇되게 이끌어왔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를 위해 신자들이 기본적인 교회 가르침에 귀 기울이도록 돕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저희 수도회도 특별히 교리를 강화하고, 신자들과 올바른 기도법을 나누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