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한 커피숍.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젊은 남녀 학생 서너명이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일본산 담배「마일드세븐」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게다」를 연상하게 하는 일본식 통굽구두에「나시」를 입고「아이와」카세트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들이 주로가는 곳은 91년에 들어와 이미 전국으로 퍼진 일본식 식당「노바다야끼」.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위 X세대라고 불리우는 거리의 20대는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수신 가구수가 65만을 헤아리는 일본 위성 TV 등을 통해 급속히 안방까지 파고 들어온 일본문화는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사고와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레코드가게에서는 공공연하게 일본음반이 판매되고 있으며 끊임없이 한국가수들의 일본음악 표절시비가 일고 있다.
대 일본전 운동경기에서 응원가로 자주 등장하는「마징가Z」가 일본 만화영화 주제가라는 사실은 이제 우리 의식 깊은 곳까지 일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압구정동 그리고 일부 대학가는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왜색간판이 즐비하고 일본풍의 옷차림과 머릿모양을 한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식으로 입고 놀고 즐기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개방불가라는 방침에 묶여 본격적인 현해탄 문화침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사회 저변에 깔린 일본문화가 한국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들의 한국적인 사고를 잠식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될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후 50년. 새로운 일본은 이제 문화대국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의 현대사와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가톨릭교회의 역할 모색이 요청되고 있다.
일본문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민족문화 육성을 위한 범 종교적인 방안들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