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의료인 상확립 “청신호” 50여명 주방일청소까지 도맡아 매년 의료봉사활동도 병행키로
걸인 행려사 돌볼 이 없는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인 대구 요셉의 집(책임=최소피아 수녀).
1월 23일부터 일주일간 이곳에서는 매일 10여명의 낯선 젊은이들이 주방일에다 식기나르기, 청소까지 도맡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서툴긴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시종 웃음과 보람으로 가득 찼다.
대구 가톨릭의대생들의 첫 봉사활동 현장. 가톨릭학생회(회장=서정현)가 주축이 되어 시도된 이번 봉사활동에 비신자 학생을 포함,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4개조로 나눠 급식이 없는 수요일을 제외한 월∼금요일까지 나흘간을 이곳에서 행려자, 노인들의 시중을 들며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봉사활동이 처음인 저로선 큰 경험이 됐습니다』. 식사배급을 담당하다 한숨을 돌리던 김을철군(본과2년)은 그래도 가슴 깊숙이 차 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가톨릭학생회 서정현 회장은 『늘 마음은 있어도 여건이 허락치 않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방학을 이용회원들이 적극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 축제때 바자 수익금 1백20만원도 요셉의 집에 전달했다. 르완다 돕기 등에 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금전지원뿐 아니라 이왕에 봉사활동까지 가능한 곳을 찾다 요셉의 집을 선택하게 됐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밖에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의대생들도 예외는 아니죠. 이러한 한계를 깨고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학교와 가톨릭학생회 설립 취지에 맞는 삶의 자세를 가꾸는데 이번 활동의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초대 학생회 회장 허윤정(엘리사벳ㆍ본과2년)양은 아울러 『필요한 곳에 늘 내가 존재할 수 있고, 참으로 봉사할 줄 아는 의료인이 되는 것이 가톨릭의대의 설립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마무리짓는 의미로 1월 27∼29일 성바오로 안나의 집에서 피정을 가졌다. 또 매년 이러한 봉사활동을 펴고, 연합회 소속 선배들과 함께 의료봉사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가톨릭의대 교수 소병욱 신부(교목실장)는 『이론적 기술적 가르침뿐만 아니라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윤리, 「의도(醫道)를 중시하고 강조한 것이 학생들 스스로 이런 일을 구상하고 추진하게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면서 『학생 수나 학제 등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앞으로 의료계 풍토를 개혁하는데 작은 겨자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이것이 의대를 설립한 교구장님의 뜻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가톨릭의대는 신입생을 빼고 현재 본과 2학년까지 80여명이 수학하고 있는데 의학(醫學)-의술(醫術)-의도(醫道)를 조회시킨 교육 방향과 기초-임상의학을 분리, 실시하던 기존 교육형태와는 달리 해당분야에 관한 의학을 총동원하는 통합-입체교육으로 출범당시부터 관심을 모았었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