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의 증거로 하느님 자비 전하자
하느님의 자비 일기 통해 널리 알렸던 파우스티나 수녀 시성 계기로 선포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에 지내
폭력·증오·전쟁 난무하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 자비만이 해결책 될 수 있음을 시사
2000년 4월 3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새 천년기 첫 성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성과 함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별히 ‘하느님 자비’를 기리도록 전 교회에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그해 5월 5일,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 마리아 파우스티나 성녀
1905년 글라고비에츠에서 태어나 20세때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던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는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계시’ ‘환시’ 같은 특별한 은사들의 체험과 함께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 자비를 전하는데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고해사제의 뜻에 따라 1934년 하느님의 메시지들을 일기 형식으로 자세히 기록했다. 각국 언어로 번역돼 알려진 이 일기는 하느님 자비 신심을 널리 전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음은 파우스티나 수녀가 일기에 소개한 메시지의 한 부분.
“내 성심은 사람들, 특히 불쌍한 영혼들을 위한 자비로 넘치고 있다. 내가 그들의 가장 좋은 아버지요, 내 자비에 넘친 성심에서 흘러 나오는 피와 물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기만 한다면…. 나는 그들을 위해 자비의 왕으로서 감실안에 있다. 나는 은총을 베풀고 싶으나, 그들은 받으려 하지 않는다. 적어도 너만이라도 자주 찾아와서 그들이 원치 않는 내 자비를 받아 가거라. 그것이 내 성심에 위로가 될 것이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가정부 생활을 하기 위해 십대 나이에 집을 떠나야 했던 파우스티나 수녀는 수녀원에 입회해서도 주방, 정원사, 문지기의 소임을 맡아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기도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근면성, 그리고 순종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이 특별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33살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파우스티나 수녀는 병고의 고통도 죄인들을 위한 희생으로 참아 받았다는 전언이다.
1993년 파우스티나 수녀가 복녀로 선언되는 자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뚜렷한 선물을 그녀에게 주었고 파우스티나 수녀는 하느님의 자비심에 대한 위대한 신비를 세상에 상기시켜 주었는데 그것은 오늘날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온 세상에 매우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자비의 예수님과 파우스티나 성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새천년기 첫 성인으로 파우스티나 수녀를 선포하고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정하며 교회가 생활의 증거로 하느님 자비를 전할 것을 강조했다.
■ 왜 ‘자비’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파우스티나 수녀를 새천년기 첫 성인으로 선포하고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정한 배경에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1980년 발표된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 13항을 통해 “물리적·윤리적 악이 팽배하고 그로 말미암은 세계가 대립과 긴장으로 얽혀 있고 아울러 인간 자유와 양심과 증오에 대한 위협으로 가득한 현대 세계에서 교회는 자비의 관리자이며 분배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교회는 말로만이 아니라 생활의 증거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연결되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교황은 자비의 실천과 관련해서도, 14항에서 “사회가 보다 인간다워지려면 다각적 인간관계와 사회 관계에, 정의만이 아니라 자비로운 사랑을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한바 있다.
즉 폭력과 증오, 전쟁이 난무하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만이 그 해결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교회는 2001년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교령에 따라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며, 각 기도문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고유기도로 바꿔서 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