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휩쓸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저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안겨주었던 모교와 학우들을 잊지 못합니다.”
올해로 사제서품 35주년을 맞은 부산교구 조옥진 신부(가톨릭심리상담소 소장)가 모교 광주가톨릭대학교의 개교 50주년을 맞아 5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생활비와 강의료, 출판 인세 수익금 등을 모아서 꼬박꼬박 저축해온 돈을 광주가톨릭대학교의 신학생들을 위해 선뜻 내어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사연은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가대에 재학 중이던 신학생 시절 가을 축제 때였습니다. 휴게실에 놓인 신문에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구공장과 살림집은 물론이고 이웃의 여러 집들이 불타버렸음을 알리는 대형 화재 기사를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조옥진 신부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대성통곡하는 나를 위해 학교 당국과 전교생이 모금을 벌였다”면서 “당시로선 거금인 50여 만 원을 만들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회상한다.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조 신부는 게시판에 감사의 인사를 쓰고 도와준 모든 분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당시 긴박한 상황에 처한 저를 위해 신학생들이 동료애를 발휘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마음이 제겐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조 신부는 “전교생들에게 한 약속을 40년 동안 잊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드디어 그 은혜를 후배들에게 갚을 수 있음에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느님과의 약속이었던 저의 소박한 꿈이 이뤄질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가진 것을 나누는 사제의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