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외신초점]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학살사건 관련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02-17 13:40:49 수정일 2012-02-17 13:40:49 발행일 1997-09-07 제 206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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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과오 인정" 교황 발언
화해ㆍ일치 촉구 의미
당시 권력 다툼에 교회 연루
"종교간 분쟁" 오해 말아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청소년대회가 열리던 지난 8월 23일 폐막 전야제에서 4백년전인 1572년 발생한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개신교도 학살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언론들은 이에 대해 [교황이 개신교에 사과를 했다]라든가 [갈릴레이 사건에 이은 역사 바로 잡기] 등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이 학살사건에 대해 가톨릭 측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으로 개신교 측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종교적인 동시에 기인한다기보다는 당시 왕권과 귀족들간의 권력 다툼의 성격이 강하다는 면에서 교황의 발언은 가톨릭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가톨릭대학교 사회교육원장 김성태 신부는 『정교일치 사회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분쟁이라기보다는 정치 권력간의 다툼』이라며 따라서 『교황의 발언은 단지 가톨릭교회의 잘못에 대한 지적에 그치지 않는, 일치와 화해의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밤 파리 교외 롱샹 경마장에서 1백60개국 70만 명이 참가한 전야제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정치와 종교사에서 이 어두운 과거의 사건을 잊어버릴 수 없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성서가 비난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과거를 언급하는 이유는 과거의 약점을 인정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더 굳건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개신교도 학살 사건은 프랑스에 [신구교]간에 종교분쟁이 한창이었던 1572년 8월 24일,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에 파리와 지방에서 행해졌던 개신교도들에 대한 학살사건이다.

당시 프랑스의 왕 샤를 9세의 어머니였던 카트린 드메디시스는 칼빈을 지지하는 위그노파 신자들을 대량 살육했는데 지방을 포함해 10월까지 1만에서 2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낳았다. 프랑스는 이후 앙리 4세가 1598년 낭트칙령을 발표, 개신교를 인정할 때까지 엄청난 비극에 휘말렸다.

한편 교황의 이 같은 발언 후 프랑스 개신교 측은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2천년에 즈음해 교회는 진정한 화해의 자세를 다져야 한다』며 교황의 발언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서로간의 일치와 화해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