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성베네딕도수녀회)와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작고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에 마음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감사 놀이’에 덩달아 빠지기 때문. 이 수녀에게 가장 즐겁고 기쁜 일, 그의 얼굴에 함박꽃 웃음이 피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감사의 발견이다. 이 수녀는 일상에서 스쳐가는 말 한마디뿐 아니라 모든 자연과 사물에서도 감사의 의미를 길어올린다. 그리고 그 감사는 기도가, 기도는 구절구절 시어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온다.
이 수녀가 최근 새로 선보인 시집 「작은 기도」(200쪽/9500원/열림원)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우리를 다독여준다.
이 수녀의 작품을 되짚어볼 때 ‘작은’이라는 수식어는 꽤나 친근하다. 「작은 기도」라는 제목을 들은 독자는 곧이어 시집 「작은 기쁨」, 「작은 위로」를 떠올렸을 듯하다. 새로운 ‘작은’ 시집에는 88편의 시를 담았다. ‘88’은 입회 때 이 수녀에게 주어진 고유번호, 수도회 내에서는 이른바 ‘빨래번호’라고 부르는 숫자다. 이 덕분에 ‘88’은 이 수녀에게 보다 특별한 숫자가 됐다. 이 수녀는 기도의 시를 쓰게 해준 수도공동체에 시집을 헌정코자 하는 마음을 담아 특별히 88편의 시를 골라 엮었다.
이 수녀는 이번 시집을 “그냥 개정증보판이라고 하지…”라며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길 만류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수녀가 암투병 중에도 쉼 없이 써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을 만나게 해 준 반가운 작품집이다. 그외의 시들은 1999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골라냈다. 특히 이 시집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길 바라는 이 수녀의 문학적 뿌리를 총체적으로 엿보게 해 출간의 의미를 더한다.
이 수녀는 수도원에 살면서 단 하루도 기도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기도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해도 해도 다는 채워지지 않는, 그러나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기도는 아마도 영원한 사랑이고 그리움이라고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수녀는 이번 시집을 통해 일상에서 봉헌하는 작은 기도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길 바랐다.
“기도는 성당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웃에게 고운 말을 쓰는 행동 하나, 용서하는 마음 한자락이 더욱 큰 기도가 됩니다. 용서하는 삶 따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는 삶 따로 살면 어쩝니까. 기도는 삶 전반에 걸쳐 있는 것입니다. 결코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이 수녀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어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깊은 위로에 젖어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데 큰 힘을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