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첫 금요일은 봉성체하는 날이다. 신부님 수녀님을 모시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며 병자를 찾아간다. 매번 가는 환자도 있고 처음 가는 환자도 있다. 아침 열시경이면 집안일도 거의 끝날 무렵인데 가서 보면 아직도 방안이 어수선 하다.
부랴부랴 방안을 거두느라면 그리 좋은 공기는 못 된다. 그렇지 않아도 병자의 방이자 이것저것 그리 보기 좋은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방안을 치우느라면 문밖에 서서 있어야 한다.
넓은 길가도 아니고 골목길 처마 밑이므로 머리로 처마 밑을 떠받친다. 성체모실 상을 준비하랴, 깨끗한 흰 상보를 찾으랴 하니 무척 바쁘다.
초를 찾으랴 성냥을 찾으랴 어수선한 가운데 병자를 일으켜 앉히노라면 병자와 대화도 못하고 또 다른 환자를 찾아가야 한다. 병자가 20명가량 되니 서두를 수밖에 없다.
오후 2시부터 행사가 정해져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느 집에 가면 벌써 환자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고상 밑에다 상위에 흰 보를 깔고 초와 성냥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있는 식구 모두가 모여서 같이 기도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빠른 시간에 성체를 모실 수가 있어 신부님께서도 한결 안심하시는 모양이다.
나도 얼마동안 신부님을 모시고 다녀서 이제는 단골 안내자가 되었다.
몹시 더운 여름날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방안에 들어서면 문이 하나밖에 없어 그야말로 후끈후끈 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잔등이나 오금에서는 간질간질 물체가 흐른다.
그럴 때 신부님을 쳐다보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신다. 그러나 등에는 땀으로 흠뻑 젖으셨다.
봉성체는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고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음 봉성체 때에 그 병자를 또 만나볼 수 있다면 반갑지만 그 골목을 다시 못 가게 되면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어느 병자댁은 알리지도 않고 이사하여 현관문을 덥석 열고『신부님 오셨습니다』하면『어떻게 오셨지요』하니 이런 실수가 또 어디 있겠나 말이다. 또 어떤 병자는 5년 만에 성당에 나왔다고 하며 아직 병색을 벗지 못하고 간신히 의지하여 미사를 보는 것을 볼 때는 비지땀도 아랑곳없이 기쁘다. 봉성체의 보람인지는 몰라도『주여 감사합니다』하는 말밖에 또 있으랴.
주여! 앓는 사람들에게 축복의 은총을 내리시며 주께 애원하는 기도를 들으시어 교우들의 병을 낫게 하시며 건강을 회복하게 주의 손으로 일으켜 주시고 주의 힘으로 굳건히 하시고 더 바랄 수 없는 행운을 주시어 당신 성교회에 다시 받아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