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6월 12일자로 발송된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김남수 주교의 공문에 의하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순교복자 103위 시성추진에 기적심사 관면을 위한 한국 주교단의 청원을 1983년 6월 11일 윤허했다고 한다.
기실 지난 3월 24일 모든 교구장 주교들의 서명과 교황대사 프란체스꼬 몬떼리시 대주교의 추천을 첨부해서 기적 심사 관면 청원을 제출한 바가 있었다.
시성 절차에 있어서 지난 1월 25일자로 개정된 「시성을 위한 새 법령」에 의하면 주장된 기적들에 대해 시성성성이 취하여야 할 심사 방법이 규정돼 있고 더욱 그 조사는 덕행이나 순교에 대한 조사와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새 법령은 지역 주교에 조사권을 부여하고 지역 주교들이 시성 문제에 좀 더 긴밀하게 관계할 수 있게 시성 절차에 민활성을 도입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 심사 관면 윤허의 배경에는 교황 자신이 시성 관계 법령을 전면 개편하겠끔 하여 지역 주교들에 대한 이러한 법적 배려를 가능케 한 흐름이 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어쨌든 시성의 법적 절차에 있어서 가장 힘든 관문을 확실히 통과한 것이다 하여 한국 순교복자 103위에 대한 시성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교황의 기적 심사 관면 윤허는 어디까지나 시성의 법적 절차의 한 과정에 지니지 않으며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과정과 시일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103위 순교복자의 시성이 거의 확실하고 더욱 틀림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기적 심사 관면 윤허는 결코 시성식 윤허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교황의 기적 심사 관면 윤허의 소식이 정보로서 교회안 밖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성식 윤허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 것같다. 순교복자들의 시성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우리들에게는 매일의 생활에서 순교의 정신을 발휘하며 어떠한 상태에서도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려는 사도적 각오가 더욱 필요하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일하는 가운데 마치 순교와 같이 신앙을 위하여 싸울 수 있는 순교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의 순교복자들이 평범한 되많은 우리들 한사람 한 사람 안에도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예수는 하느님이면서 또 사람이며 우리들과는 떨어져 있으나 우리들에게 가장 가깝게 우리들 안에 살아 계시다. 순교 복자도 단지 역사상의 훌륭한 인물뿐만 아니라 이 순교복자에 의하여 우리들 자신이 자기 안에 순교자의 현실을 발견하게 될 때 순교복자들의 순교는 오늘에 살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순교복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고 그들의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우리들 자신 속에서부터 비출 때 시성 운동은 올바르게 기도 속에 차분히 전게될 것이다.
순교복자들은 하느님의 뜻으로 특별한 사랑과 선택을 받아서 영원한 삶을 하느님의 나라에서 누리고 있기에 또 충실한 하느님에의 신뢰와 겸허로 복자로서 영광 속에 있기에 성인반열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오늘을 사는 지금의 한국 천주교인들이 순교복자의 시성에 모든 열의와 기도를 바쳐서 그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에서는 조선 교구 설정 이전에 순교한 한국 초기 교회의 순교자들의 시복에 더욱 강력한 열의와 관심을 갖고 시복 운동을 꼭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거듭해서 강조하는 것은 누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순교복자 103위의 시성은 확실시되나 아직 시성은 확정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땅의 하느님 백성들은 불꽃 튀는 듯한 강렬한 기도를 지금까지 바쳐 왔다. 지금부터 계속해서 열심히 시성을 위한 기도를 모두가 일치 안에서 바쳐야만 하겠다. 그리하여 순교복자의 마음이 하느님의 은혜로 지금 이 순간에 우리들 안에 살아 있는 마음이 될 수 있을 때 시성의 은혜의 때는 올 것이다.
특별 성년은 우선 그리스도가 선두로 나아가고 103위 한국 순교복자로 계속 이어가는 생명의 흐름을 나타내며 그로 인하여 시성에의 기대의 문은 활짝 열릴 것으로 믿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