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가을 햇빛아래 어린이대공원을 거니는「1일 손자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즐거운 데이트는 답답하고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던 노인과 멋대로 행동하는 버릇없는 젊은이라는 편견을 해소하고 진지한 대화가 오고가는 나눔의 시간이었다.
지난 12일 어린이대공원에서 베풀어진 제3회 노인과 손자의 나들이에 참석한 62명의 손자와 노인들은 핵가족화와 급격한 산업발달이 모고은 세대단절의 장벽을 허물고 배달겨레 고유의 훈훈한 인정으로 돌아가 서로의 마음을 나눈 것.
올해로 3회째 마련된 노인과 손자의 나들이는 능률위주의 현대사회속에서 젊은이들이 경시하기 쉬운 노인들의 연륜속에 쌓인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배우게 하고 노인들에게 보람을 안겨주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이 나들이는 옛노인의 말씀과 생각을 듣고 함께 토론한다는 목적아래 노인과 젊은이가 한명씩 한조를 이루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이날 오전10시 명동 가톨릭여학생관에 모인 젊은이들은 이날 하루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줄 노인들과 첫대면을 하고 「나들이」에 나섰다. 어린이대공원까지의 나들이에 앞서 은퇴교수인 김낙중씨는 강의를 통해 『인간소외의 사회풍토속에서 젊은이들이 이 같은 모임을 마련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전제, 『우리고유 가족제도의 풍요로움을 지켜나가기 위해 인간존엄성에 기반을 둔 의식이 앞서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짝을 이룬 노인과 손자들은 복잡한 버스속에서 함께 행동함으로써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시내버스편으로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하기도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조별로 또는 무리를 지어 식물원과 동물원, 놀이터를 둘러보고 잔디밭에 모여앉아 서로 대화를 나눈 1일노인과 손자들은 친혈육과 같은 다정한 사이가 되어 휴일을 즐기어온 다른 가족들의 눈길을 끌었다. 홍익공전에 재학중인 정찬수군 등 8명의 젊은이들은 할머니들과 즉석 토론을 전개, 배우자 선택에 대한 서로의 의견들을 나누며 이해를 돈독히했다. 물레방아등 젊은이들에게 생소한 풍물들은 설명해주고 자진해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상한 마음에 감동한 한청년은 『노인들과 어울리는게 무척 부담스러우리라 여겼던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며 『젊은이들의 노인에대한 의식을 새롭게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한편 84세의 김군주 할머니 등 30여 명이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젊은마음으로 돌아가 하루를 즐겼고 이들가운데 몇몇 노인들은 집을 지키며 외롭고 무료했던 마음을 활짝펴고 1일 손자들의 효도를 받고 보답할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노인과 손자의 나들이는 지난 78년 9월 명동본당 청년신심단체인 「성우회」가 처음으로 개최하기 시작한 것. 특히 지난해에는 시립양로원의 불우노인 46명을 초대, 시설노인들의 외로움을 위로해드려 이날 결연을 맺은 노인과 청년들이 계속 만나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번 「제3회 노인과 손자의 나들이」는 지난9월 개설,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는 세화노인생활연구실(실장ㆍ姜世和)이 주최했다. 이날 나들이를 주관한 강세화씨는 『앞으로도 계속 노인들과 젊은세대와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대가족제도 정신의 생활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