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지 않는 남빛 바다, 파도가 빚어내는 하얀 포말과 하얀 등대가 사춘기의 소녀처럼 깔끔하고 청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구룡포는 언제 찾아 보아도 변함없는 그 모습 그대로다.
비릿한 바닷바람과 오징어 내음 속에 묻어나는 추억을 따라 하얀 등대가 있는 방파제를 지나 해안도로를 10분 채 달리다 보면 고향의 형님처럼 듬직하고 푸근한 박구룡 요셉씨가 운영하는 장수원 회식당이 반긴다.
장수원 회식당은 일반 회식당에 비해 외관상 차이는 전혀 없는 평범한 식당이지만 한 번 들러「어죽」을 맛 본 이라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가 짐작이 간다.
자연산 광어만을 선별, 미역을 섞어 1시간 내지 2시간을 푹 고아 우려낸 어죽 국물은 지난밤 과음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속을 시원하게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들깨와 찹쌀로 만든 새알심, 돌미역의 담백한 맛은 옛날 어머니가 정성 들여 끓여주던 바로 그 사랑을 혀 끝으로 느끼게 한다.
3년을 먹으면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들깨와 위장병에 좋은 미역은 장수원식당 어죽이 얼마나 영양가가 많은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른 일체의 잡다한 화학 조미료나 양념을 쓰지 않고 조선 간장과 소금만으로 맛을 내는 어죽은 그 자체가 건강식으로 그만이며 틈틈이 요기거리로도 일품이다.
또한 육수를 만드는 광어도 양식어를 쓰면 비린내가 나 자연산 광어만을 고집하고 있는 장수원 회식당은 50년을 지역을 지켜온 박구룡씨의 자존심 만큼이나 정직한 상술로 소문이 나 있다.
금전에 급급하다 보면 양식어를 자연산이라고 속여 파는 일이 종종 있지만 장수원 회식당은 자연산과 양식을 분명히 구별해 판매하고 있는 양심적(?)인 식당이다.
어죽의 경우도 자연산 광어가 적고 조리 시간이 많이 걸려 아무리 단골이라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어죽의 진미를 느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제대로 된 회를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또한 장수원 회식당은 대형 연회석과 주차장을 완비해 놓고 있으며 타 지역 손님들이 머물 수 있는 대형 민박시설도 완비하고 있어 푸근한 마음으로 숙식을 하면서 동해안을 관광할 수 있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연락처=0562-79-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