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베트남 나환우촌 탄빈마을 방문기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1-04-13 16:10:17 수정일 2011-04-13 16:10:17 발행일 1997-03-16 제 204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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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계속 자라고 있었네!

2월 8일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에 자리한 나환우 정착촌 「탄 빈」마을엔 흥분과 기쁨이 가득한 작은 축제가 열렸다. 그것은 한 번 맺은 사랑의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또 그 사랑의 열매가 얼마나 크고 풍요로운지 마음과 눈으로 확인하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성 라자로 마을 원장 이경재 신부와 그 일행, 이경재 신부는 5년 전 베트남 탄 빈 마을을 방문, 나환우들과 사랑의 교류를 시작한 이래 지난 5년간 이들 자녀들의 장학금과 정착 지원금을 후원, 이날 탄 빈 마을의 최대 후원자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호치민시 「탄 빈」마을의 변화는 참으로 놀라웠다. 5년 만에 만난 「탄 빈」마을은 찌든 가난에 겹겹이 싸여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던 5년 전 그 나환우 마을이 더 이상 아니었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5년 전 내가 만난 베트남은 참혹하게 또 지리하게 이어진 전쟁의 와중에서 헤어나오려는 몸부림 속에 놓여 있었고 나환우 정착촌인 탄 빈 마을은 아직 그 누구의 눈길과 손길이 닿지 않은 채 가난과 고통이 넘쳐흐르는 베트남의 중심에 놓여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탄빈 마을에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자신감과 평화가 넘쳐 흘렀으며 어린이들의 눈망울 속엔 탄 빈 마을의 희망이 하나 가득 담겨 있는 듯했다. 그만큼 탐 빈 마을은 변화하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사랑이 자라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탄 빈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인 닷 신부를 중심으로 정착촌 마을 사람들이 가득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의 재회를 통해 이경재 신부는 나환우 자녀 1백9명의 장학금과 마을 후원금으로 1만6천 불(한화 약 1천4백여만 원)을 전달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베트남 전통무용 한마당으로 일행을 맞은 탄 빈 마을 나환우들은 환영식에서 「세 번 기쁘다」는 환영사로 이 신부와 라자로 돕기회의 사랑의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이 신부 역시 답사를 통해 『사랑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특별히 한국 사람들을 통해 여러분을 사랑하신다』고 전제하고 『특히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마을의 희망으로 성장해 줄 것과 아울러 세계인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나환우 정착촌 탄 빈 마을에 전달된 장학금과 정착 후원금은 지난해 5월 라자로 돕기회 주최로 열린 자선 음악회「그대 있음에」수익금 중 일부. 라자로 돕기회 이경재 신부는 지난 92년부터 탄 빈 마을과 인연을 맺은 이래 그대 있음에 수익금 중 매년 1만 불씩 정착촌 학령기의 모든 학생들의 학자금을 지원해 왔다.

매년 어김없이 전달된 1만 불의 성금으로 그동안 탄 빈 마을 어린이와 학생 5백여 명이 장학금을 받았으며 현재 대학생과 전문학생 17명, 중고등학생 54명, 초등학생 38명이 라자로 돕기회 장학금으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92년 베트남 사람들조차 찾지 못한 탄 빈 마을을 방문, 나환우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을 목격한 이경재 신부는 그로부터 매년 어린이들의 장학금과 정착 후원금 등을 지원해 왔으며 지금까지 장학금 혜택을 입은 학생들은 5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경재 신부는『자선음악회,「그대 있음에」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탄 빈 마을 어린이들의 배움을 향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있다』고 강조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탄 빈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학자금 지원을 계속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 뜻 있는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요청했다.

◆라자로 돕기회 장학금 수혜자 뚜이양 - “한국을 너무 사랑해요”

『한국이 무조건 좋다』는 뚜이양. 그래서 동양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뚜이양은 앞으로 한국사 공부를 계속, 베트남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강한 꿈을 펼쳐보였다.

현재 호치민시 대학 동양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뚜이양(24살)은 탄 빈 마을의 라자로 돕기회 장학금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그녀를 포함한 9명의 형제들이 모두 장학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무조건적인 한국 사랑은 여기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녀를 만나보면 그녀의 한국 사랑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곧 알게 된다.

『베트남 사람들도 관심이 없었던 우리 마을에 한국 사람이 사랑을 베푼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어요. 아무 조건없이 베트남의 나환우들을 지속적으로 사랑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한국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자 연구 대상이지요』이것이 바로 뚜이양이 한국을 확실하게 사랑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뚜이양처럼 현재 대학 공부를 하고있는 9명 가운데 의대생은 모두 4명. 이들의 의학 공부는 탄 빈 마을 나환우들의 치료 등 의료 지원이 그 첫째 목적이다. 5년 전 바로 이 같은 꿈을 실현시켜 주고자 장학금 지원을 시작한 목적이 이제 곧 결실을 볼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뚜이양과 그 친구 등 마을의 나환우 자녀들이 학교 공부를 무리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에 대한 사회와 학교의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미감아」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일반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거절 당한 바 있는 우리의 나환우 자녀들의 상황 속에서 보면 베트남의 사회 성숙도는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한국 말까지 배우고 있는 뚜이양, 서툴기는 하지만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베트남 나환우를 이어주는 사랑의 결실이 분명한 듯했다.

이윤자 취재국장